말도 많던 노동은행이 드디어 출생신고서를 냈다.
금통위에서 19일 노동은행의 설립내인가를 내줌에 따라 앞으로 주식공모등
본격적인 준비절차를 거쳐 오는 9월부터 문을 열게된다.
노동은행은 그동안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흐름인 은행의 대형화추세에
어긋난다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반대론"과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과정에서
서자취급을 받아왔던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사회적
측면의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결국 이번 내인가조치로 "근로자의 복지향상"이란 주장이 판정승한
셈이다. 그러나 대형화돼가는 기존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질경우 근로자
복지향상은 커녕 출자한 근로자들의 쌈지돈 마저 앗아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노동은행의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주무부서인 재무부의 실무책임자들마저 적지않은 반대의견을
갖고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월 노태우대통령의 조기설립지시에
따라 갑작스레 추진된 것이어서 선거가 끝난뒤 관계부처나 일반의 관심도가
낮아질 경우 노동은행의 앞날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을것으로 보인다.
노동은행이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는 설립자본금인 3천억원을 원활히
확보하는 것이다. 재무부와 노총측은 자본금모집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총등 사용자단체에서 노동은행출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근로자들도 노동은행에 거는 기대가 커 주식공모에 적극
참여할 것이란 기대가 있기때문이다.
주식이 액면가인 5천원에 발행될 것이란 점도 근로자의 재산증식이란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1백만명 노조원들이
평균14만9천4백원씩 1천4백94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하는 점과 경총산하의
일반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출자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설립자본금 3천억원을 무난히 마련한다해도 초기경영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문제이다.
하나은행이나 보람은행등 최근 설립된 은행들이 적자를 면치못하듯이
신설은행의 영업기반이 정착되기위해선 일정기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
한미은행의 경우 설립 10년을 맞은 올해 처음 배당을 줄수있을 정도다.
하나은행이나 보람은행은 단자사시절 확보해놓은 이익잉여금등 대가없는
자본이 있었으나 노동은행은 자본금을 제외하면 이런 자금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취약한 실정이다.
주식의 액면발행으로 주식발행초과금도 확보할수가 없어 경영의 어려움이
최근 신설된 은행보다 더 클것이 거의 분명하다.
재무부는 노동은행의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시켜주기위해 정부의
재정상황을 감안해 연차적으로 재정융자등의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상호부금 금전신탁등 이윤율이 높은 수신상품의 취급증대와 신용카드
신탁등 부대업무의 확충에도 노력하고 각종 공공기금 여유자금의 예치등
자금조달면에서도 지원방안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금년도 재정융자분을 예산에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돈이 가장
아쉬운 초기 경영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하고있다.
노동은행은 시중은행이지만 특수은행의 성격이 가미된 준특수은행으로
인정해"근로자몫"으로 보다 많은 대출이 돌아갈수있도록 하겠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비율을 일반시중은행수준(45%)보다
하향조정,15%로 낮춘것도 근로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한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한마디로 "근로자에게 문턱이 낮은 은행"을 만들겠다는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윤이 높은 수신상품취급확대와 함께 기존 시중은행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같은 시중은행인데 특정은행에만 혜택을
줄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 금융시장개방과 금리자유화등으로 은행간 "금리전쟁"이 본격화될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노동은행에 이윤율이 높은 수신상품을 준다는것도
설득력을 잃기가 쉽다.
노동은행은 물론 "근로자를 위한 근로자의 은행"이란 모토에서 볼수있듯이
단순히 1개 금융기관이 추가로 설립된다는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근로자가 주인인 노동은행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근로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원활히 이뤄지고 중장기적으로 충실한 배당에 의해
재산증식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기존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될수도 있다.
어쨌든 노동은행은 출생신고를 냈다. 근로자가 주인인 은행으로 근로자의
금융지원과 재산증식에 기여한다는 노동은행의 설립에 의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은행이 부실화된다면 근로자를 비롯 국가전체로도
엄청난 손실을 끼칠수있다. 문제점 보완에 정부가 만전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는것도 이때문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