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안정기금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작년6월 시도의회의원선거일을 전후해 12일간 시장개입을 벌이고
두문불출하다가 작년말에 13일동안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총선을 1주일여
앞둔 지난16일 주식매입을 재개한 것이다.
작년이후의 증안기금 생리로 미뤄볼때 이번의 활동기간도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우선 증안기금의 돈사정이 따져 들어가면 별로 여유가 없다는 점이 활동을
제한하고있다.
증안기금이 증김(주)에 맡겨놓은 돈은 현재 8천5백억원. 이 가운데
조합원에 대한 분배금이 2천38억원 포함돼있는데 책정된 분배금중 얼마가
재출연될지 여부는 이달말에 결정된다. 조합원들의 의사에따라 증안기금의
돈이 8천5백억원이하로 줄어들수 있다는 것이다.
분배금 전액 재출자를 가정해도 증안기금의 실제 주식매입여력은
증김(주)에 있는 돈 액수와는 거리가 멀다.
증권회사들이 이 돈의 절반이상을 빌려쓰고 있고 유상청약을 대비해
적어도 1천억원정도는 항시 보관해 두어야 하는 것이 증안기금의 현실이다.
결국 증권사들의 자금난등을 감안할때 증안기금이 이번 활동에 투입할
주식매입자금은 2천억원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적게잡아 하루 1백억원어치 정도 주식을 사들인다고 볼때 20일이면
"실탄"이 다 떨어진다.
증안기금의 매수전략도 현 장세로 볼때 단순해 질 수 밖에 없다.
올들어 주식시장개방과 더불어 주가차별화가 이뤄지면서 금융주와
대형제조주가 바닥을 파고있다.
종합주가지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증안기금 입장에서는
싯가총액비중이 큰 금융주와 대형제조주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탄"도 보잘 것 없고 "작전계획"도 공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증안기금에대해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도 찾아 보기 힘들다.
증안기금 개입 개시일인 지난16일 종합주가지수가 오히려 내려갔다는 점이
증안기금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종합적으로 전달해 주었다고
볼수있다.
증시에서 보통 큰 매수자금이 들어오면 일반 투자자들의 추격매수세가
따라붙는데 증안기금의 주식매입은 이러한 부수적인 효과마저 맛볼수없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이 오히려 증안기금의 매수대상이 뻔하다는 점을 이용해 기금을
따라다니며 연쇄적인 매물공세만 가할 가능성 마저 엿보인다.
증권전문가들은 기금이 신용상환만기가 도래한 급매물을 떠 안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중 신용만기도래분이 1천8백억원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증안기금이 2천억원정도만 투입한다면 신용급매물에따른
투매사태는 방지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또한 증안기금이 신용급매물을 충분히 소화시켜 준다면 시장개입완료이후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매물공백이 생겨 주가가 단기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작년 6월과 12월의 증안기금개입이후에도 이같은 매물공백에 따른
단기반등국면이 뒤따랐다.
증권전문가들은 따라서 증안기금의 개입이 당장의 장세흐름엔 이렇다할
영향을 못미치겠지만 급매물을 소화해 내면서 시장의 내부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