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입맛은 아무래도 달콤한가 보다. 청소년들이 마음속에 품었던
연정을 초코릿과 사탕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난데없이 "초콜릿 선물"시비가 일더니,오늘은 또
"사탕선물"로 법석을 떨 전망이란다.
바로 오늘이 3월14일 "화이트 데이"라나. 딱 한달전 여자로부터 "사랑의
초콜릿"을 받은 남자들이 화답의 뜻으로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란다.
이래저래 제과업체들만 수지맞게 생겼다.
백화점들의 판촉전도 일찍부터 열띤 경쟁에 들어갔다. 보통때면 1백20g에
1천2백원정도였던 사탕 한봉다리가 물경 "일금 1만원"에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다. 물론 각종 도자기완구품을 끼워파는 행위로 보사부까지
진상조사에 나섰다니,정말 웬 난데없는 사탕법석인가.
불과 수년전까지 이런 국적불명의 명절은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었다.
"발렌타인 데이"니,"화이트 데이"란 말을 어디 들어나 보았던가. 그런데
요즘은 어른들까지 이날 초콜릿이나 사탕 한알 못얻어 먹으면 영락없이
직장에서 이성간에 비인기인으로 여겨진다.
법석의 근원을 따져보면 또 일본인들이 등장한다. 이미 18세기부터
유럽에 이날들을 맞아 달콤한 "사랑의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었다지만,이를 상업목적에 이용한 것은 일본기업인들이라고 한다.
동경대 하야시 슈지(임주이)의 "경영과 문화"(한경문고 4권)란 책을
읽어보면 그 경위가 분명해진다. 그는 "7.5.3의 날"인 음력 11월15일에
일본 유아복시장이 성시를 이루는 것도 "기업의 외부문화창출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곧 일본기업들이 3세의 아동,5세의 남아,7세 여아를 성장시켜
신사에 참배하는 잊혀진 일본의 옛민속을 되살려내 유아복의 판매전략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의 선물풍습도 마찬가지란 설명과 함께
그는 "기업이 상품의 이미지를 조성하고 유행을 만드는 행위는 새로운
문화의 창출적 기능"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기업의 외부문화 개입으로
잊혀진 옛문화를 되찾고 경영에도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물론 무조건 외래문화와 풍습이라고 배격할 필요는 없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는 현대 국제화시대에 문화와 풍습의 교류를 쇼비니즘만으로
막을수도 없다. 다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풍습은 왜 가꾸지
못하는가가 안타까울 뿐이다.
봄철을 맞아 우리의 세시풍습에 따른 음식도 세계로 뻗어나갈수 없을까란
상념에 젖어본다. 정월대보름 약식,2월 삭일 나이 송편,삼월삼짇날
꽃전(화전)등 전통음식을 상품화할 기업은 없을는지. 약간의 제조기법과
맛을 바꿔 거기에 따른 민속의 의미를 잘만 부여하면 혹시 장사도 되고
문화수출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