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한때 우리 국민을 놀라게 했던 "외채망령"이 되살아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현단계로서는 아직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정부당국의 설명이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에
불구하고 우려하는 소리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당국이 공식집계한 가장 최근의 총외채규모는 작년말현재로 393억3,000만
달러. 이것은 1년전보다 24%,76억3,000만달러가 불어난 규모인데 여기서
대외자산 즉 외환보유액과 연불수출 채권등을 뺀 순외채규모는 124억9,000
만달러로 1년사이에 금액으로는 총외채와 거의 같은 76억4,000만달러가
늘어났지만 증가율에서는 무려 157%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에 대외
자산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이 80억달러가까운 대외채무가 고스란히
총외채와 순외채에 추가된 셈이다.
한편 지난1월중경상수지에서13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최근의
한은발표로 미루어 비공식집계지만 총외채규모는 금년 1월말로 드디어
400억달러를 넘어선게 분명하며 지금쯤은 더욱 불어나 있을 것이다.
외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는 지난85년말로서 당시의 총외채는 406억달러,
순외채는 356억달러였었다. 그랬다가 89년말 각각 294억달러와 30억달러
규모까지 감소되어 멀지않아 채권국이 될거라고 정부가 호들갑을 떤적이
있었지만 국제수지기조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다시 오늘과같은 지경에
빠져버렸다.
외채증가는 결코 바람직스런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염려하거나 겁먹을 단계도 아직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장차에도
계속해서 급속도로 불어날 위험이 짙은데 있다. 따라서 외채문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정부와 사회각계가 미리부터 깨달아 파국이 오기전에
손을 써야한다.
정부는 올연말에 총외채가 450억달러,순외채가 180억달러로 각각 불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것은 86년말과 비슷한 규모로서 사상 최대였던
85년보다는 낫다. 특히 순외채규모로 따지면 당시의 절반수준밖에 안된다.
당국이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당시와는 경제규모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아직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맞다. 85년의 총외채는
당시의 국민총생산액(GNP)897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크기였으며 그해
외화수입에 대한 외채원리금상환비중(DSR)이 21.7%나 되었었는데 지금은
각각 14.5%와 5.8%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서 한국경제의 덩치와비교할때
별로 큰게 아니며 또 감당못할 부담도 아니다.
그러나 안심하거나 방심할 처지는 절대로 아니다. 우선 400억달러를 넘어
500억달러를 향하고 있는 외채규모가 주는 상징적의미가 크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안 있어 다시 세계 10대채무국권에 끼이게 된다는 뜻으로서
심리적으로도 커다란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정작 두려운 것은 앞으로 외채규모가 정부당국의 예측치 이상으로
불어나고 그러면서 차입조건과 외채구조도 점점 불리해질 위험이 많은
점이다. 금년만해도 경상수지와 무역수지적자 규모가 정부의 목표수준에
머무를 가망은 벌써부터 희박하게 보인다. 결국 외환보유고를 줄이면
모를까 총외채규모는 연말에 500억달러에 육박할 위험이 높다.
한편 지난해 신규도입외채의 절반이상이 1년미만의 단기외채였고 차입과
관련한 가산금리(스프레드)가 1년전보다 평균 0.3-0.4%포인트 높아지는등
이미 외채구조와 차입조건이 불리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정은
갈수록 악화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가 지금 곤경에 처해 있는 현실을
국제금융시장에서 훤히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채규모를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수치놀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질적으로 줄이고 내용면에서 건전하게 관리함으로써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인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의 또하나
고민은 최근들어 국제적 신인도가 계속 저하되고 있는 현실인데 외채규모는
장차 수출이나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주목받는 변수가 될것이다.
해답은 역시 경제의 과성장과 과소비를 적정수준으로 조절하여 안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국제수지를 개선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86년이후
금지해온 상업차관부활요구를 계속 누르는 방법으로 외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할 방침이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회간접자본확충과
제조업투자수요를 충족하기위해 필요하다면 선별적으로 부활하는게 옳다.
외국인투자의 활성화는 외채의 팽창없이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극히 바람직스럽다. 그러나 그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요는 경제와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수출이 다시 불어나야한다. 그결과
국제수지가 흑자기조,흑자체질이 되게 하는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지금은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해도 외채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생각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