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외환보유고가 새해들어 8백억달러를 넘어서 일본을 앞지르려하고
있지만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고있다.
또 민생우위경제라 정부가 민을 편하게하기위해 돈을 풍성히 푸는데도
물가가 안정돼 있는것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지난86년부터 88년까지 화폐발행고증가율은 연평균 40%선을 웃돌았다.
최근 긴축정책을 써 돈의 꼬삐를 풀어잡았다고 하나 여전히 총통화(M2)는
18.57%의 증가율을 보이고있다. 긴축정책의 개념이 우리와 다소 차이가
난다.
이렇게 돈이 풀리는데도 물가는 거의 오르지않고 있다. 90년도중 소비자
물가는 4.13% 올랐으며 도매물가는 오히려 0.61% 떨어 다. 지난해는 소비자
물가(추정치)가 3.1%,도매물가는 0.7% 오르는데 그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9.5%,도매물가는 3.1%씩 뛰었다.
대만의 경우엔 통화량과 물가와의 등식이 별도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피셔의 화폐수량설이나 통화주의자인 프리드만의 걱정은 대만에선
기우에 불과하다.
물가까지도 중국인을 닮아 "만만디"여서 오르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민생경제의 근본은 물가안정입니다. 대만정부는 대륙(본토)에서의
실패원인이 물가에 있었다고 보고 물가안정을 정책의 핵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가안정을 위해선 무엇이든지 수입한다. 행정원경제건설위원회의
오가흥전문위원은 "생필품을 무제한 수입한지는 오래됐고 이젠
가전시장까지 완전 개방된 상태"라고 말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결과적으로 물가가 오르는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물가가 오를 틈을 주지않고 각종 육류 과일등까지 수입한다. 재고처리로
골치가 아파도 상관하지 않는다. 적어도 생필품에 관한한은 그렇다.
인플레방지를 위해 대만가전업체를 희생시키면서 까지 질좋고 값싼 일제
가전상품수입도 마다하지않는 나라가 대만이다. 불과 4년만에 내수시장의
74%를 일본업체에 잠식당했다. 시장개방이 너무 빠른 것으로 비쳐질수
있다.
그러나 대만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가전업계를 몇년더 보호한다해도 일본상품을 따라갈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에야 하루라도 빨리 개방하는 것이 국민과 기업을 위해 올바른
정책이라고 믿고있다.
그래야 기업들의 업종전환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경쟁력있는 업종으로
신속히 탈바꿈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국민경제에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시장개방으로 대만최대가전메이커인 대동공사가 가전부문을
대폭 줄이고 경쟁력있는 PC부문을 크게 늘릴수밖에 없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어차피 대동이 가야할 방향이었다. 대만인들은 예전보다 대동의 TV는 덜
구입하고 있지만 이회사의 PC제품은 더 사들이고있다. 언제나 자유경쟁은
물가안정의 첩경이다.
오위원은"지난해 평균 4.9%에 머물렀던 관세율을 올해엔 3.5%로 낮춰
수입품의 공급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공급물량이 적어 물가가 뛰는 것을 허용해선 안된다는게
정부의 철칙이다.
"생산력증대 공급원활화 물가억제를 위해선 지하경제까지 눈감아 줍니다.
노점상 지하공장등 지하경제를 정부가 관리.감독할수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반대하지 않는한 경제문제에 있어선 융통성을
발휘하는것이지요"
정부산하 연구기관인 중화경제연구원의 람과정박사(대만대경제학교수겸임)
는"지하경제가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년 19.65%,88년 24.68%에 이어
지난해엔 30%를 넘어섰다"고 밝힌다.
이를 감안하면 대만의 GNP는 1인당 1만달러가 웃돈다(지난해 공식 1인당
GNP는 8천8백13달러). 요즘은 지하경제규모가 너무 커져 다소 규제를
하고있다. 그러나 이것도 지난해부터 실시되고있는 6개년 국가건설프로
젝트의 세원마련을 위한 조치이지 지하경제자체를 뿌리뽑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책의 조화를 이룰줄 안다.
물가안정엔 국민과 기업의 힘도 크다. 이들의 도움으로 정부는 쉽게
정책결정을 내릴수있다.
"돈이 풀려도 예금금리조정으로 인플레문제가 간단히 해결됩니다.
대만정부는 3년전 6%수준에 머물던 예금금리를 12%선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대만인 특유의 저축기질로 사방에 흩어져 있던 자금이 모이더군요. 그
덕에 증권투기현상도 억제되고 부동산가격도 비교적 안정돼 버블(거품)
경제까지 잡을수 있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대만경제연구원의 여덕배박사(여.동 오대경제학교수겸임)
는 "금리조정정책은 한국과 같이 기업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나라에선
실시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예금금리를 높이면 자연히 대출금리도 올라간다. 이렇게되면 남의 돈으로
장사하던 버릇이 밴 기업들엔 타격이 크다. 금융비용이 높다고 아우성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만기업들은 자기자본비율이 높다. 여교수는 경제부자료를
인용,그 비율이 50%이상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은행이자부담이 적다. 창업할때외엔 큰 돈을 여간해선
빌리지 않는다.
노사분규가 없는 것도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가족적인 중소기업들이
많아 좀처럼 임금투쟁을 찾아볼수 없다. 모두가 한식구라는 의식이
강하다.
국민 기업 정부의 트리오가 "물가안정"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