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의 휴가를 만일 돈으로 살수 있다면 당신은 얼마를
지불하겠습니까"
일본생명보험사는 지난해 이같은 앙케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9만4천엔,우리돈으로 환산하면 50만원이 넘는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내용의 조사가 4년전에도 있었는데 그때보다 2만3천엔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사람값"이 올랐다고 볼수있다. "시간값"이
껑충 뛰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업의 입장에선 그만큼 사원들의 시간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시간 생산성"문제가 대두된것이다.
"집중해서 일할 경우 1시간이면 끝낼일도 도중에 걸려온 전화한통 때문에
망치는 수가 많다. 단 1분짜리 통화를 했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61분에 일을 종결짓기는 힘들것이다"일본능률협회 산하의 컨설팅사
히라타이사는 "시간 생산성"은 업무집중도와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일본IBM사는 불필요한 일상업무를 떨구어 버리고 사원들이 업무에
전념할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갖춰 놓고있다. 회의시간 같은것을
알리거나 물어볼때 전화나 회람판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대신 사원 한사람
앞에 한대씩 놓여있는 워크 스테이션(WS)단말기만 두드려보면 된다.
그안에 회사의 모든 공지사항이 들어 있기때문이다.
개별 사원의 입장에서 보면 전화를 걸고 받는데 허비하는 시간은
대수롭지않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사 전체로는 결코 얕잡아볼수
없다. 전화통화로 업무의 집중도가 낮아지는등의 간접적인 손실은
그만둔다고 치자. 전화에 매달려 있는 절대시간만도 상당부분이 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일본IBM사는 이같은 시간낭비를 없애기 위해 "정보시스템투자액중 매년
15%를 사무합리화에 할애하고 있다"(송기성정보시스템부장).
혼다기연공업의 오피스 개혁운동도 같은 취지로 이루어지고있다.
월3만건에 이르는 전표를 전자전표로 대체하고 모든 전달사항은 전자우편을
이용한다.
업무를 하다보면 의외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 중의 하나가 품의서나
각종 보고서를 결재 받는 일이다. 결재는 담당자 관리자 담당중역 사장의
순으로 올라간다. 필요에 따라선 관련부서의 합의등 수십개의 도장을
받아야 집행 가능한 건도 있다.
그렇다고 도장을 찍어줄 사람이 항상 자리에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출장등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서류는
한군데에서 묵게 된다.
미쓰비시금속의 팩시밀리품의 시스템은 이같은 폐해를 막기위한 것.
기안자는 도장을 찍어줘야 할 모든 사람에게 일제히 품의서를 송신한다.
결재도장이 찍힌 서류도 팩시밀리를 통해 되돌려 받는다.
그러나 업무의 질과 스피드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쓰잘데 없는 일을 처음부터 아예 잘라 버리는게 "시간 생산성"을
높이는데는 그만이다.
아사히글라스는 바로 이같은 생각을 실천한 회사이다. 지난
88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업무효율화운동은 기존의 일상업무를 40%이상
감축시키자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운동의 정신은 "궁칙통".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놓고 정해진 시간내에
처리 못한 일은 그만두게 한다는 발상이다. 업무효율을 높이자고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 "반강제적"수법을 동원한 것이다.
덕분에 이 회사에선 회의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손으로 쓴 것을 다시
워드프로세서로 치는 따위의 잡무도 없어졌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시간외
근무를 하는 사원들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역시 궁하면 통하는
모양이다.
닛산자동차의 업무효율화위원회도 "무식한"방법을 쓰고 있기는 마찬가지.
회의시간과 서류의 양을 30%씩 줄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금년 1.4분기
3개월동안에.
도레이사는 사원 2백명을 표본실험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하나에서
열까지 낱낱이 기록중이다.
하나마나한 쓸데없는 일과 중복된 업무를 과감히 날려 버리기위해서이다.
사무부문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은 이렇게 회사마다 달라도 그 목적하는
바는 대개 비슷하다. 정형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없애고 여기서 남는
시간을 프로젝트등 창조적 업무에 돌린다는 것이다. 혼다사를 예로들면
현재 6대4로 돼있는 일상업무와 창조업무의 비율을 2대8까지 뒤집어
놓겠다는 "야무진"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들어 사무혁신등 화이트 칼라들의 시간관리를
중요시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긴 하다. 그러나 팩시밀리 품의서를
결재한 "사장님"이 있다거나 손으로 갈겨쓴 서류를 그대로 위에 올리는
"불경"스런 "과.부장님"이 있다는 회사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건가,아니면 아직도
"사람값"이 싸서 그런건가.
<유화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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