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국세청(IRS)은 지난달말 본.지사간의 거래를 다루는 이전가격(연방
세법 4백82조)에 관한 시행령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88년10월 "4백82조백서"가 발표된
이후 미국 국내외의 다국적 기업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서
발표되자마자 국제적인 핫 이슈로 등장했다.
그 이유는 미국시장에 진출해있는 모든 외국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는 이 개정안의 내용이 완전히 현실감이 없는 IRS의 일방적인
주의주장으로 가득차 있기때문이다.
연방세법 4백82조는 특수관계인끼리의 거래가 반드시 제3자 가격에 의한
공정거래가 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주로 다국적 기업에
적용되어 특히 외국의 본사와 미국 자회사사이의 거래가 제3자가격에 의한
공정거래 인지를 따지게 되어있다.
더욱이 80년대들어 외국산 물품이 미국시장을 휩쓸고 미국이 돌이킬수
없는 무역적자 상태에 빠져들자 IRS는 외국기업들이 이전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세부담없이 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믿게되었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게 되었고
본.지사간 거래가 제3자 가격에 의한 것인지를 따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제3자 가격"이라는 것이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데에 있다.
예를들면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법인에만 자동차를 수출할뿐
제3자에게는 수출하지 않으므로 제3자 가격이란 없는 것이다. 이렇듯
비교가능한 제3자 가격이 없는 경우나 또는 물품에 무형자산(상표나
디자인등)이 함께 포함되어 거래될때 그 무형자산에 대한 대가는 어떻게
계산해야 하느냐 등이 이전가격 분야에서오랫동안 난제로 인식되어 왔다.
IRS는 88년 "4백82조 백서"를 발표,세무당국으로서의 입장을 밝히면서
공청회등을 통해 납세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한 결과로 지난달
4백82조시행령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전문 1백47페이지로 되어있는 개정안은 무형자산 재고자산에 관한
이전가격 결정방식을 따로 제시하고 마지막으로는 무형자산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분담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골자를 풀어서 설명하면
무형자산이건 재고자산이건 본.지사간 이전가격은 다음과 같이 결정해야
한다.
먼저 비교가능한 제3자 가격이 있는지를 찾는다. 제3자 가격이
비교가능하기 위해서는 품목이 동일해야하고 계약조건과 다른 경제적
여건도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제3자 가격은 비교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방식에 의한 이전가격의 결정은 지극히 제한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교가능한 제3자 가격이 없을때 무형자산의 경우에는 비슷한 제3자
가격,그리고 재고자산의 경우에는 종래대로 재판매 가격방식이나 코스트
플러스 방식에 의해서 이전가격을 정하도록 되어있다.
다만 새로운 개정안은 이렇게 결정된 이전가격이 반드시 "CPI방식"에 의해
검산되어야 하고 이 검산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이전가격은 공정가격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게 되어있다. CPI(Comparable Profit Interval)방식은
이번에 새로 도입된 개념으로서 "비교할만한 이윤의 범위"라고
번역할수있다. 그리고 이 비교할만한 이윤의 범위는 "이윤의
수준지표"(Profit Level Indicator)에 의해서 결정한다. 이윤수준 지표란
자산이득율,매출액 대 수익의 비율,총경비대 수익의 비율등 기업의 이윤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를 말한다. 다시말해서 납세자는
우선 유사한 업종에있는 다른 기업들의 이러한 지표를 찾아내어 그 지표를
자신의 재무제표에 적용함으로써 CPI를 계산해 내고 자신이 정한
이전가격에 의해 거래를 했을때 발생되는 이윤이 이 비교할만한 이윤의
범위안에 들어오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윤이 만약 이 범위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IRS는 그
이전가격이 잘못된것이라고 판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CPI방식은 반드시
미국의 납세자에게만 적용되는것이 아니고 외국에있는 본사나 자매회사에도
적용될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의 가장큰 문제점은 우선 모든 기업이 최소한
평균치의 이윤을 남겨야만 하며 이윤규모가 평균치에 다다르지 못하면
곧바로 이전가격의 조작이 있었음을 추정한다는데에 있다. 이는
기업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동종기업중에서도 어느 기업은 적자를 내는가
하면 다른 기업은 이윤을 낼수도 있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쟁경제적
현상을 외면하는 수긍하기 어려운 발상인것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이윤의 수준에 관한 지표를 얻기 위해서는 동종
기업(대부분은 경쟁업체)으로부터 자세한 자료가 나와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것이다. 우선은 비교할만한 기업체를 찾아내는것도
어렵겠으나 설혹 그러한 기업체를 찾았다 하더라도 다른 기업체의
자산이득률등 자세한 재무상태와 영업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들을 알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또 만에하나 그와같은 지표를 알아냈다고해도 훗날 IRS가 세무조사에서
그와같은 지표가 비교할만한 것이 못된다고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면
이전가격은 당장 불공정한 거래가격이 되고마는 것이다. 따라서 IRS가
말하듯 이 시행령 개정안에 의해서 납세자와 IRS의 다툼이 줄어드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규와 송사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RS는 앞으로 4개월후 이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납세자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92년 안으로 새로운 시행령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행령은 93년1월1일부터 발효하기로 되어있다.
CPI방식이란 IRS가 대우 아메리카를 상대로 사용했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이러한 방식이 현행 법규에는 없으나 실제 세무조사에서는 많이
쓰여지고 있는 방식인 것이다.
이제 이러한 방식이 개정안에 의해 법규로서 채택되려고 하는 상황이니
일선 세무조사관들은 93년1월1일 이전이라도 이 방식을 대대적으로
사용하게 되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않다. 이러한 방식에 반발하여
이미 연방 세무법원에 제소한 대우 아메리카나 야마하 모터사의 케이스가
어떻게 판결이 날것인지 더욱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들 케이스에 대한
세무법원의 판결에 따라 새로운 시행령 개정안의 향방도 크게 달라지게
될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