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구조 전환 작년 한해 국민이 낸 세금의 내용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으로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많았다는 점을 들수있다. 재무부가 91년도
세금징수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총조세중에서
직접세는 52.7%,간접세는 47.3%로 나타나 간접세우위의 세수구조가
70년대이후 처음으로 직접세 우위로 바뀌었다.
직.간접세비율이 역전된 것은 조세정책에 있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은 간접세가 소득에 관계없이 동등한 부담을 함으로써 생기는 세금의
역진성이 시정되고 이로인한 세금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평가는 직접세와 간접세의 특성을 비교할때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직접세와 간접세의 가장 큰 차이는 세금부담을 직접 떠안는
사람(담세자)과 실제 세금을 내야하는 사람(납세의무자)이 같은지의
여부이다. 직접세는 담세자와 납세의무자가 같은 것으로 개인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상속세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직접세는 자기소득의 규모에 따라 소득이 많으면 세금을 많이내고
소득이 적으면 세금도 적게낸다. 소위 응능부담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나 간접세는 세금을 내는 사람과 부담하는 사람이 다르다.
간접세는 물건의 매매 또는 생산등의 행위에 붙는 세금으로 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주세등을 꼽을수 있다.
예컨대 컬러TV 가격에 포함된 특별소비세는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면서도
세금을내는 사람은 생산자다. 소비자는 특소세를 부담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간접세는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세금을 물게된다. 예컨대 TV
한대를 살때 고소득자나 저소득자나 똑같은 금액의 세금을 물게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저소득자가 상대적으로 소득에비해 높은 세금을 물게된다.
이는 보통 간접세의 역진성으로 불리는데 이때문에 간접세비중이 높으면
세수구조가 뒤떨어져있고 그만큼 소득재분배기능이 약화돼있다고 볼수있다.
그럼에도 간접세비중이 높은것은 징세의 편리함 때문이다. 간접세는
조세전가로 납세의무자와 실제부담자가 다르고 가격에 포함돼있기 때문에
거두기가 편리하다. 때문에 후진국일수록 간접세비중이 높은 추세를
보여왔고 반면 선진국일수록 직접세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의 경우 국세에서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90%다. 유럽은
직.간접세가 절반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들 국가와는 달리 간접세가 세금의 주종을
이뤄왔다. 특히 70년대가 심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의
자본축적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소득세감세정책을 취하면서 그로인한 세수부족분은 소비과세를 확대해서
메웠기 때문이다. 77년 간접세의 대표격인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서
간접세우위의 세수구조가 굳어졌다. 당시 간접세비중은 60 70%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기능은 보잘것 없었다고 평가할수 있다.
그같은 추세는 80년대중반까지 계속됐다. 80년대에도 수출 저축및
투자확대를 위한 세금감면조치가 꾸준히 이뤄진것이다.
간접세에 비해 직접세가 훨씬 못미친 또다른 이유는 각종 세금감면외에도
직접세를 매길수있는 과세대상의 포착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고
볼수있다. 의사 변호사등 자영사업자의 소득은 과세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고 금융자산소득은 낮은 세율로 우대받은데다 실명제가 안돼
철저한 과세는 거의 불가능했다. 상속세도 세율은 최고 60%(90년까지)로
높았지만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고 부동산관련 세금도 취약한
세무행정으로 루수가 많았다.
간접세는 별다른 저항을 받지않고 잘걷힌데 반해 직접세는 매길수있는
대상을 이런 저런 이유로 놓치고 말았던 셈이다.
때문에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소득이 드러나는 근로소득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세부담의 형평제고가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
최근들어 직접세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작년에 처음으로 간접세를
앞지른것은 정부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할수있다. 88년과 90년의 대폭적인 세제개편을 그러한 노력의
하나라고 볼수있다.
작년의 경우 부동산임대소득이나 자영사업자에 대한 과세강화로
사업소득세가 전년대비 51%늘어난 1조3천4백65억원,이자및 배당소득세가
세율인상으로 전년대비 1백10% 증가한 1조8천6백61억원 걷혔다. 상속세도
과표현실화에 힘입어 전년대비 47%늘어난 1천44억원 징수됐다.
그러나 직접세비중이 간접세비중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세수구조가
바람직하다거나 세금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고있다고
단정할수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직접세도 간접세못지않게 조세전가가
일어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직접세의 하나인 법인세를 예로 들경우
세율이 높아지면 결국 원가상승을 초래,소비자의 부담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간접세가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함에따라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무겁다는 지적(간접세의 역진성격)에
대해서도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물건하나에 대해 붙는
특별소비세는 사는 사람에 관계없이 똑같지만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고급스런 물건을 많이 사기때문에 세금을 더 내게돼 간접세에도 직접세가
갖고있는 소득에 따른 차등과세의 성격이 어느정도 가미되어있다고
볼수있기 때문이다.
임지순재무부소득세제과장은 이와관련,"나라마다 경제사정이 다르기때문에
세수구조도 차이가 난다"고 말하고 "반드시 직접세가 많아야 좋다는 이론은
고전이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경제여건에 따라 다를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응능부담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직접세의 비중이 높은것이 선진조세구조라는게
정설이다. 이렇게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수구조가 직접세우위로
나타난것은 조세정책사의 새로운 전환점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런점에서
앞으로도 직접세의 꾸준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볼수있다.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총조세중에서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 50%를 넘어섰으나
국세만을 기준으로 할경우 직접세비중이 여전히 50%를 밑도는
46.0%(91년잠정치)에 그치고 있어 그 필요성이 더욱 높다.
직접세를 더 늘리기위해서는 여전히 과세가 제대로 안되고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금융자산소득이나 부동산관련소득에 대한 과세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