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산망의 잦은 고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증시가 개방되고
거래규모가 커져 이제 고장이 났다하면 그 충격파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원적인 개선책을 찾아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88년 우리증시가 컴퓨터를 이용한 전산매매방식을 도입한 이후
전산장애가 발생한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대개 1 2시간이면 복구가
됐었다. 그러나 지난7일에 발생한 고장은 한나절을 허비하고서도 원인조차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있다.
한국증권전산측은 다음날인 8일 오전에야 "설 연휴기간에 개편한 새
시스템체제의 정상가동점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장원인을
설명하면서 "새시스템이 안정을 찾으려면 적어도 6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혀
앞으로도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있다.
증권계는 모처럼 타오르는 투자열기에 전산장애가 찬물을 끼얹는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다 확실한 장애근절책이
마련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주식거래량등 현시장규모를 감안할때 국내증시가
선진국수준에 접어들었지만 거래관행이나 전산시설등은 후진국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주식거래를 체결시켜주는 공동온라인망은 전산의 생명인
백업시스템마저 갖추지 못한채 지금까지 운영되어었다.
이번 시스템개편작업도 업무영역확충 이외에 기존시설을 최대로 이용해
불완전하나마 백업기능을 살려보려는 노력에서 추진됐으며 개편직후부터
전산장애는 이미 예견되어 왔었다.
16개월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설 연휴동안 시스템개편작업을 했으나
백업시스템등 유휴시설이 없어 실전경험조차 못한 사실을 감안할때 그
후유증이 발생한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증권전산관계자들은 "문제는 돈"이라고 고장의 원인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완벽한 백업시스템을 갖추려면 증권사로부터 징수하는 전산이용비를
지금보다 50%정도 올려 연간 4백억원을 부담시켜야 하나 경영난에 처해있는
증권사들이 이에 호응해줄리가 없는게 현실정이다.
또 지난86년이후 3년간의 증시활황기에 증권사들이 증권전산투자에
인색했다는 점을 꼬집는 얘기도 나오고있다.
증권사측은 증권전산의 이같은 불만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측의 최대현안인 고객원장관할권 문제를 들고나와
증권전산측을 몰아붙이고 있다.
즉 전산측이 투자자거래내용이 담긴 원장을 증권사에 되돌려주면
현시스템의 업무를 30%이상 줄일수 있으며 이여력을 백업시스템으로
응용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기계가 고장날때마다 용량확장만 고집할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증권전산이 지고있는 짐을 증권사에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측은 또 거래체결시 그 사전단계로 증거금 미수금등을 점검하는
작업도 컴퓨터에 큰 부담을 주고있다고 지적한다.
증권당국이 증권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증거금체크등을 사전관리가 아니라
사후관리체제로 바꾼다면 장애요인을 줄이는 한 방편이 될수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전산장애로 손해를 보는 당사자인 투자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원장관리를 누가 하든,경비는 누가 대든 관계없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산장애를 방지할수있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도 국내증시의 국제적인 위신을 감안할때 백업시스템구축은
최우선과제라고 지적한다.
동시에 94년께 주식선물시장을 개설하려면 어차피 현시스템의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장애시마다 땜질식 개선책보다는 시스템확장시점을
앞당길것을 제언하고있다. 또 원장관할권이양도 서둘러 장기계획을
수립할때라고 말한다.
증시가 대중화 국제화된 마당에 잦은 전산장애를 "또 고장이냐"는 체념적
시각으로만 바라볼수는 없게됐다.
결국 증권전산이나 증권사의 힘으로 전산장애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차원에서 이과제를 다뤄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