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시장이 빗장을 푼지도 한달이다.
증시개방이 몰고온 투자패턴상의 가장 큰 변화로 저PER(주가수익비율)주의
급부상을 들수있다.
PER가 낮은 종목은 해당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현재의 주가가
저평가돼있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저PER주가 증시개방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표적이 되면서 국내투자자들에게도 없어서 못사는 인기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말현재 외국인지분율 상위50개종목(합작투자제외)중 PER가
12.8배의 시장평균치보다 낮은 종목은 모두 29개로 전체의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종목당 10%의 투자한도가 이미 소진된 종목은 모두 69개종목으로
합작투자분을 제외하면 11개종목에 달하는데 특히 한국이동통신 백양우선주
혜인등은 5만원이상의 고가주인데도 불구하고 저PER주라는 이유로
투자한도가 모두 소진돼 눈길을 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PER를 투자지표로서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증시에 진출해있는 외국인투자자의 대종은 영국과 홍콩계
기관들인데 이들은 이미 증시를 개방한 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등에서도
PER중시의 투자패턴을 구사했던 것으로 나타나 흥미롭다.
증시개방원년 한해에만 1백50%이상 주가가 올랐던 태국의 시암시멘트
시암시티시멘트를 비롯 개방이후 3년간 5백%이상의 주가상승률을 보인
멕시코의 시멕스 톨멕스등 시멘트주와 텔멕스등 통신주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말레이안시멘트등은 개방직후부터 이들 영국계및
홍콩계기관들이 저PER종목으로꼽아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종목들이다.
영국및 홍콩계기관들은 이처럼 신규개방시장을 주로 공략하는
전문투자기관으로서 주식투자기간이 비교적 짧은 단타매매를 선호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에비해 미국의 연.기금들은 대체로 3년이상의 장기투자를 위주로하는
기관투자가여서 국내주식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비교적 적고 운용자산의
규모가 커 국내증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현재 2만3천여개에 달하는것으로 알려지고있는 미국연.기금의
운용자산규모는 무려 3조달러에 달하는데 지난90년말현재 전체의 4%선인
외국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인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이들중 이미 6개연.기금이 지난달중 투자등록을 마치고 주식매수에
나섬으로써 벌써부터 증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고있다.
그러나 미국연.기금의 자산운용 자체가 극히 보수적인데다 아직은
예비단계인 실정이어서 기대만큼 활발한 주식매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들의 투자패턴에 관한한 국내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미 진출해있는
외국인투자자들보다 PER등 기업의 내재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이에따라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이들 연.기금이 수익성과 성장성이
유망하면서도 아직 주가가 저평가돼있는 "숨은 우량주"들을 대량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보고 이들 종목의 발굴에 열을 올리고있다.
외국인투자자 선호종목들이 이미 투자한도가 소진돼있거나 투자가능여력이
크지않다는 점에서 투자한도자체가 확대되지 않는한 외국인투자자가
늘어나도 외국인간 장외거래가 증가할뿐 국내투자자의 투자이익증가에는 별
효과가 없을것으로 내다보는 견해도 없지않다.
실제로 외국인매수종목중 쌍용제지 녹십자 동양기전등은 지난1월말현재
주가가 지난연말수준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기도하다.
그러나 우리증시의 성장가능성이 큰만큼 외국인투자는 투자규모나
매수종목등 어느측면에서건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점과 관련,국내증권업계에서는 12월결산법인들의 결산실적이 드러나는
이달말 또는 내달부터 올 1.4분기 경기실적이 발표되는 오는 4월까지의
시기가 외국인투자의 성향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국내경기의 회복이 가시화되어야만 외국인의 투자가 본궤도에 오를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시개방한달을 외국인투자자들의 "연습투자기간"으로 보는 시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을것 같다.
<문희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