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간에 걸친 부시미대통령의 방한은 이제까지 외교중심으로
전개됐던 한미협력관계를 경제문제로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부시미대통령이 노태우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한미경제
협의회를 확대 발전시켜 양국기업들이 협력을 활성화하도록 합의한
점에서 뒷받침된다.
뿐만아니라 양국간의 이견으로 체결이 지연됐던 "과학기술협정"과
"특허비밀보호협정"이 6일 정식 서명됨으로써 양국간의 과학기술이전도
촉진될 전망이다.
안보적측면에서는 미국이 남북문제의 당사자간 해결원칙 지지입장을
재천명하는 한편 한국과의 직접 협의없이는 대북한 관계개선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한점에서 의의가 있다.
경제분야에서 이번 한미정상의 만남은 어떤 가시적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협력관계를 보다 증진시킬수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수 있다. 농산물을 비롯한 시장개방 압력이 당초 우려에 비해 지극히
완곡한 표현으로 전달된 반면 한미경제협의회의 활성화를 두정상이 힘주어
강조한데서 바로 이같은 분위기를 읽을수 있다.
이번 회담 분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우호적으로 진행된것은 부시의
아시아순방 촛점이 일본에 맞추어져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는
대목으로 이해될수 있고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점을 미측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경제협의회의 활성화는 양국간 경제관계를 종래의
대립적차원에서 협력과 공존의 차원으로 발전시켜나갈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낙관과 긍정적 해석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다시말해 미국은 활성화된 한미경제협의회를 앞으로 일반 상품은
물론 농산물 금융 서비스등 각부문에 걸친 개방압력 창구로 활용할것
이라는 분석도 상존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그 표현은 완곡했다해도 농산물과 금융시장의 개방요구는 결코
무시할수없는 수위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UR(우루과이라운드)타결을위한
한국의 노력을 강조한것은 결국 쌀시장개방을 촉구한것이나 다를바 없다.
이에대한 "특수한 사정을 이해해달라"는 우리측의 주장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는것이다.
특히 금융시장개방을 검토해 달라는 부시미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노대통령이 "검토하겠다"고 답변함에 따라 양국 정상회담이후
금융시장개방문제가 어떤형태로든 상당한 논란이 일것으로 예측되고있다.
금융시장개방문제를 놓고 양국정상간에 원론적인 얘기만 오갔더라도
대통령의 입을 통해 거론된 만큼 우리측에서 뭔가 내놓아야 하지않겠느냐는
분위기인데다 부시대통령과 함께 온 금융인들이 이미 업계의 이해와 직결된
몇가지 요청을 한것으로 전해졌기때문이다.
그같은 요청은 이미 지난5일 한봉수상공장관 초청 만찬에 참석한 그린버그
AIG(금융그룹)회장, 로빈슨아멕스회장, 본클렘 메릴린치수석부사장등이
이환균 재무부기획관리실장과 따로만나 구체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미금융인들의 요청 내용을 간추리면 재보험의 자유화및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허용,국내진출 외국증권회사의 영업기금(1백억원이상)축소
해외신용카드 사용규제 완화등이었다.
국내보험시장개방의 첨병노릇을 하기도한 그린버그AIG회장이 직접 요청한
재보험자유화는 현재 국내보험사들이 국내재보험사에 먼저 든 다음에
외국재보험사에 출재토록 한 규정을 완화,순서에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들수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었다고 재무부는 밝히고있다. 국내진출
해외증권사의 영업기금축소는 본클렘 메릴린치수석부사장이 요청했는데
현재 한도인 1백억원이상은 너무 부담이되기 때문에 낮춰달라는것.
해외신용카드 사용규제완화는 새생활 새질서차원에서 해외여행이
위축되고있는데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되고있다.
재무부는 이같은 요청에 대해 대부분 수용하기 어려우나 좀더 검토한뒤 곧
그들의 요청과 대응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정책적인 차원에서 양국간에 가장 큰 현안은 외상(연지급)수입대상
확대다. 이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측이
무역적자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외상수입 확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언제까지 어느정도 고수할 수 있느냐 하는점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외교.안보면에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남북한정상회담을 적극 지지한 점과
미.북한관계의 개선은 남북한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이 전제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는 한반도문제의 당사자해결원칙을 지지하는 한편 남북합의서
비핵공동선언합의등 남북관계진전에대한 미국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전혀 새로운것은 아니지만 남북한관계의 개선에
따른 새로운 질서구축에 한국측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뜻이므로
그 의의가 작지않다.
정부당국자는 부시의 이같은 입장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한접촉이
미.북한관게개선에 대한 논의를 위한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국측 의사를
전달하는 기회가 될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한미안보협력관계에서 한국이 주도적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보조역할을 맡는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강조한 것이며 탈냉전이라는
세계적인 변화추세에서 이러한 관계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아시아.태평양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며 그동안 한국이 핵문제와 관련해 보여준 대미협력이
양국안보 협력의 모델이라고 강조한것이 바로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한다.
또 노대통령이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포함한 이 지역
모든 나라들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각자의 능력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한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안보관계에서 양국의 역할변화및 남북한관계의 진전에따라 당연히 거론될
것으로 보였던 주한미군의 2단계 감축보류문제 재검토는 의제가 되지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논의가 안된것은 북한이 앞으로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는등 확실한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미군의 전진배치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은 이밖에 남북한및 한중수교를 축으로한 동북아정세의
변화요인에 맞춰 역내의 안정을 도모하는 양국간및 다자간 협력문제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시의 방일이 예정돼있고 한중수교문제에는 직접 당사자인 중국이
있어 공식적으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으나 아태지역의 새로운
질서구축과 관련해서 이들 문제는 빼놓을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탈냉전의 추세속에 새롭게 정립돼야할 한미안보
협력관계의 방향을 다시한번 다짐하는 한편 한반도문제의 당사자해결
원칙을 재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 서명없이는 그들이 그토록
필요로 하는 서방세계와의 경제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데서도
의미를 찾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