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계나 재일교포사회에서 이희건씨하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인사이다. 오사카흥은을 만들어 일본제일의 신용조합으로
키우고 교포자금을 모아 한국에 신한은행을 세운 주역이다.
그러나 재일교포사회에서 "이승재"하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희건씨의 장남으로 지난 5월 오사카흥은이사장직을 이어받았다.
이희건씨는 회장으로 물러 앉았다. 한국에서는 새이사장이
신한종합연구소대표정도로만 알려져있을 뿐이다. 44세의 나이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으니"아버지 덕에 이사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올법도하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결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이회장의 후광을 업고 자란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그릇도 크다고 평가한다.
지난 3일 오사카에서 펼쳤던 "시텐노지 왔소"축제는 그의
가능성을 엿보게한 행사였다. 이는 고대 한반도와 오사카와의 문화교류를
시대별로 재현하는 축제였다.
"왔소"는 우리말 그대로 "왔소"라는 뜻. 백제 신라 고구려등
고대복식차림의 4천2백명이 오사카시내 1.8 를 행진,사천왕사로 들어가고
3백명의 일본대표가 이들 사절을 맞아들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행사에는 한국 일본 중국 사할린에서도 참가,국제적인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제1회행사에는 20억엔이,올해에는 9억엔의 돈이 들어갔다.
이 "왔소"행사의 입안 연출자는 바로 이승재씨였다. 외부에는 이 행사가
이회장의 구상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졌으나 사실과 다르다.
이이사장이 5년전부터 이를 기획,한국 중국등에 조사단을 보내고 일본내
역사서적등 사료를 수집,이회장에게 건의해서 승락을 받았다.
이회장은 돈과 조직을,이이사장은 아이디어를 냈다.
이 행사는 오사카시민 수십만명이 지켜보고 NHK위성방송,각종
신문보도등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거두고 있다.
오사카흥은의 야마무라 기획부장은 이 "왔소"행사가
재일한국인에게는 긍지를,일본인에게는 역사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8월 "제1회 왔소"축제후에 일본으로 귀화했던
교포들중에 다시 한국국적을 되찾은 사람도 있다고 신한은행오사카지점장
신상훈씨는 말한다.
이이사장의 경영은 특이한데가 있다. 그가 전사적으로 전개하는
"레인보우운동"이 그러한 예라 할수있다. 무지개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오사카흥은의 무지개운동은 크게 미래에의 희망 한일문화교류의 가교
조화 협조 단결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26개지점망 8백명의 직원들은 활기가 넘친다. 이번
"왔소"행사에도 전직원및 그들의 가족이 동원됐다. 물론 거의가
재일교포들이다.
오사카에는 재일교포가 경영하는 파친코점이 약 1백개소가 있는데 거의가
오사카흥은과 거래하고 있다. 이이사장은 교포파친코업자간의 과당경쟁을
막기위해 다른사람의 상권을 침해해 점포를 열면 대출을 안해준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대출거절뿐 아니라 그 점포주위에 다른업자가 2 3개씩 점포를
내도록 지원,다시는 그런일이 없도록 혼을 내준다.
이에따라 한 업소가 50 60개의 점포를 거느리는 동경이나 경도의
파친코점과는 달리 오사카에는 1업소당 5-6개의 점포를 갖고있다.
그는 군복차림의 오토바이부대로 하여금 파친고점들로부터 예금을
받아오게 한다. 이들 자금은 재일교포기업인들에게 대출해준다. 그가
흥은으로 옮긴 78년예금고는 1천억엔이었으나 88년엔 5천억엔,90년
8천6백억엔,91년 3월에는 1조엔을 돌파했다.
오사카흥은은 명실공히 교포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것이다.
이이사장은 지난 47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일본인.
72년 동경대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대화은행에 들어갔다가 78년
오사카흥은으로 옮겼다. 70년에는 미국콜롬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82년 신한은행설립에 참여했고 87년엔
신한종합연구소대표,지난5월에는 대판흥은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이사장이 35살의 나이에 신한은행창립멤버로 참여해 손님에게
인사하는법,통장을 돌려주는법등의 교범을 만들어 사원교육을 담당했다.
그는 지금도 매달 연수원에 들러 그가 연구한 조직이론을 강의할만큼
사원연수에 공을 들이고있다.
그는 은사인 동경대 오카모토교수가 운영하는 현대조직연구소의
중심적인물로도 알려질 만큼 경영조직론에 일가견이 있다. 동문인
동경대경제학부 출신의 대장성관료등과 교분이 두텁다.
"역사에 남을만한 경영서를 내는게 꿈"이라고 말하리만큼 학구파로 취미는
독서. 부인 서경남여사(전방림방적 서갑호회장딸)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