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과 정부일각에서 기술개발은행설립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추진중이다. 이를 둘러싸고 관련부처인 경제기획원 재무부 과학기술처등이
막바지 의견조정단계를 맞고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제정이 실현될지
여부가 곧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은행법제정과 관련,민자당은 의원입법형식을 내세우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경제기획원 과학기술처는 법제정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으나 재무부는 각론부분에서 이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통화금융기관형태로 기술개발은행을 설립하자는 의견을 맨 먼저 제시한
곳은 과학기술처다.
과기처는 국내외 상황변화와 경제여건을 감안할때 "과학기술혁신"은
국운을 좌우할 중대한 과제라고 인식하고있다. 이 혁신을 가능하게하는데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연구개발 과학기술인력양성 기초과학진흥등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수있도록 과학기술투자를 늘려나가는 일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과기처는 시중의 부동자금을 기술개발자금으로 동원하는 창구로
기술개발은행의 설립을 제기했다. 과학기술세도 신설,필요한 투자자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기술개발은행설립과 과학기술세신설이
국가과제인 과학기술혁신을 가능케하는 열쇠로 보고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거의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진흥을 가능케할 투자면에서는 인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89년중 2조9천8백50억원을 과학기술투자비로 썼다. 이는
GNP의 2.12%수준이다. 미국은 88년중 1천2백61억달러(GNP대비 2.59%)를 써
우리보다 29배나 많다.
일본도 88년중 7백63억달러(GNP대비 2.62%)를 투입,우리보다 18배나 많은
자금을 과학기술에 쏟아넣었다. 영국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등
이른바 G7국가들의 GNP대비 투자율 역시 우리보다 더 크다. 절대액수로
따져서도 가장 적은 국가가 우리보다 4배나 많다.
"과학기술만이 살길"이라면서도 정작 투자에는 이같이 인색했다.
과기처는 2000년대에 우리나라가 선진경제권에 근접하려면 과학기술수준이
G7국가들의 바로 뒷자리까지는 쫓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적어도 2001년까지 과학기술투자비를 GNP대비 5%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KTDC)를 확대개편하여
기술개발은행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KTDC의 자본금 4백80억원을
5천억원으로 늘리고 비통화금융기관으로서 일반인과의 여수신업무는
맡지 않도록 하며 자금을 각종 연.기금의 예적금,원금보장형기술개발복권,
기술개발금융채권,기타국내외차입금으로 조달한다는 내용이다.
시중의 부동자금이나 부동산등에 잠겨있는 돈을 복권또는 채권발행등을
통해 과학기술자금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과기처의 안에대해 민자당은 연구개발및 개발기술의 기업화에
어려움을겪는 18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차원에서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경제기획원도 정부의 재정투입없이 과학기술자금을
마련한다는데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러나 재무부는 반대입장이다. 기술개발은행법제정추진구상이 전해진
초기에는 "전면부정"의 완강한 태도였으나 최근에야 "부분부정"으로 다소
후퇴한듯하다. 재무부가 반대하는것은 2가지 대목이다. 하나는
"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할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하나는 거래기업의
예적금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은행이라는 이름을 쓰려면 통화신용정책의 주무부처인 재무부산하로
들어와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거래기업의 예적금업무를 하려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등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대해 과기처는 시중부동자금의 과학기술자금화를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한다고 밝힌다. "은행"이란 이름보다 더좋은 명칭이 없다는
주장이다. 예적금의경우 관련기관의 감독을 받아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술개발은행이 일반금융기관과같이 재무부산하로 가서는
기술개발지원이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다.
국내의 모든 금융기관이 부동산담보위주로 대출해주고 있어 "기술"과
"경영자능력"을 담보로하는 기술개발은행이 이같은 범주에서 취급되면
제기능을 못한다는 설명이다.
과기처 관계자는 지난70년 석.박사양성기관인 한국과학원(KAIST)을
설립할때 당시 문교부(현재 교육부)와 소관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그동안 선택적 과학두뇌양성에 성공한것은 보편적 교육행정에서
KAIST가 벗어날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