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방자치단체및 토지개발공사등이 공공목적으로 사유토지를 수용할때
소유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현금대신 토지채권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기위한
관련법률개정문제가 지금 비상한 관심속에 커다란 쟁점이 되고 있다.
문제의 법률은 토지수용법(62년1월제정)과 공공용지의 취득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75년12월제정)의 두가지로서 정부는 정부내에서도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전술한 내용의 법개정안을 지난4일 임시국무회의에서
가결했다. 이어 다음날 당정협의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유도해냄으로써
이제는 국회의 처리결과를 주목해야할 단계에 와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찬반논의는 대충 다음과같은 내용으로 갈려있다.
우선 채권보상안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경제기획원은 현실적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즉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자본개발에 엄청난 돈이
토지보상비로 드는데다가 그것을 현금으로 줄 경우 통화관리와 자금흐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채권보상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쪽은 그것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위반이라는 점을 다른 무엇보다 강력하고
설득력있는 대항논리로 제기한다. 헌법제23조는 재산권보장에 대한 예외로
공공필요에 의한 수용을 허용하면서도 이 경우 "정당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의 채권보상은 결코 정당한 보상이 될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술한 현실적 필요성에다 수용대상토지가 주로 가진 사람들의 소유라는
사실때문에 사회정의구현이라는 시대적 명분까지 곁들여질수 있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채권보상제는 아무래도 많은 문제를 담고 있고
설득력이 미약한 점을 간과할수 없다. 위헌소지가 짙은것은 물론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하는 자본주의제도의 본질과 시장경제의
기본틀에 대한 도전적 요소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도 그 점을 의식하여 대상을 부재지주농지와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으로 제한하고 또 채권의 금리와 상환기간,양도소득세등에
여러가지 고려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같은 고려는 채권보상의
합헌성과 시장경제원칙과의 부합여부를 가린 다음의 문제이다. 또 설령
채권보상제를 도입한다해도 강제가 아닌 피수용자의 선택에 따를수도 있을
것이다.
장차 계속 활발한 논의가 있겠지만 우리사회의 기본틀을 벗어나선 안될
것이다. 현실적 필요성과 사회적 욕구를 수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명분삼아 헌법의 기본정신과 시장경제의 기본골격을 깨서는 안된다.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없는게 낫고 설혹 있어도 엄격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