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구체내용 절충 진통예상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은 남북한간
관계개선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고 24일 막을 내렸다.
앞서 세차례의 회담에서 현격한 기본입장의 차이를 보여온 남북양측이
합의서 단일화등 5개항에 걸친 합의를 도출해낸것은 이제 남북한이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대화의 시대로 접어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물론 양측의 본질적인 시각의 변화는 없었지만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종전에 비해 분명히 달라졌다는 점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결실로
꼽히고있다.
우선 남북양측은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화해.불가침과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북남 불가침과 화해및
협력,교류에 관한 선언"안을 내놓고 절충을 벌여 "남북간 화해와 불가침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문건을 단일화하기로 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합의서명칭과 숫자를 놓고서 논란을 빚어온것을 감안해볼때 이는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되고있다.
또 양측이 합의서의 형식과 명칭 구성에 의외로 쉽게 합의하고 합의서
내용협상을 위한 대표접촉을 갖기로한것은 고위급회담이 계속 될수록
토의가 더욱 진전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것이다.
평양회담에서 이정도 성과를 거두게된데는 무엇보다 양측이 신축성있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준것이 주효했던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기본관계""3통"등 북측이 거부감을 보이는 용어를
명칭에서 빼고 대신 북측주장대로 "불가침"을 포함시킨것이라든가,북측이
"선불가침선언"입장에서 물러선 점등은 불필요한 논란보다는 실질적인
내용토의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북측이 긴급의제로 제안했던 한반도비핵지대화와 팀스피리트문제등을
합의서내용협상과 연계시키지 않기로한것과 파괴전복행위금지조항
이산가족문제를 반영키로한것,남측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장애제거주장을 삭제한것은 회담진전을 위한 상당한 양보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에서 이처럼 쌍방이 남북관계개선의 바탕이 될수있는 "기본틀"을
마련해야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오는12월10일부터 열릴 제5차
서울회담에서는 보다 전향적인 관계개선방안들이 본격 논의돼
합의서완전타결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지고있다.
그러나 남북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단일합의서의 명칭과 구성문제에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합의서내용의 구체적 절충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할것으로 예측되고있다.
먼저 남측이 제시하고있는 신문 라디오 TV 출판물의 상호개방과 교류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실천조치 휴전체제의 평화체제전환 서울
평양상주연락대표부설치등 적지않은 부분에 대해 북측이 거부입장을
보이고있어 토의과정에서 마찰을 빚을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북측은 평화체제구축과 관련,주한미군철수와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을
고집하고있어 합의서의 타결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더많은 시간을 필요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측이 줄기차게 요구하고있는 북측의 대남적화노선포기 핵무기개발중단및
핵사찰수용등과 동족을 반대하여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장기주둔시키고
외국의 핵무기까지 반입,배치하고있다고 남측정권의 부도덕성을
비난하고있는 북측주장으로 미루어볼때 상호불신감해소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위급회담이 전반적으로 의견일치를 향해
줄거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양측이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지않는한 합일점
모색가능성이 매우 높은것으로 진단되고있다.
특히 대일수교 대미관계개선등 여건조성을 기하려는 의도로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북측의 유연한 태도변화와 남측의 대북화해 교류협력노력이 계속
맞물려돌아갈 경우 의외로 빨리 좋은 결실을 맺게될것으로 관측된다.
또 양측의 합의서내용절충이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서는 이번회담의 가시적
성과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여겨지고있는 쌍방 최고위층이
전격 회동,일련의 대타협을 이끌어낼 공산도 큰것으로 전망된다.
<김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