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텔레비전의 황금시간에 나와 성 거짓 포르노등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미성년자는 시청이 금지된다.
당신의 수표는 부도가 되어 돌아오기 일쑤다. 당신은 식당에서,
주차장에서 곧잘 외상을 그어댄다"
보수 흑인판사인 클레런스 토머스에대한 대법원판사 인준이 미의회에서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한 언론이 의원들을 비꼬아 쓴 말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상원 의원들이 전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성적희롱이라는
복잡미묘한 문제에 시름하는 모습은 마치 한편의 희극과도 같은 것이었다.
미상원은 결국 토머스판사의 전여자보좌관이 그를 성적희롱에 관련됐다고
폭로했음에도 불구,그를 찬성 52 반대48표로 대법원 판사에 인준했다.
그의 인준은 끝났을 망정 그과정이 미국사회에 벌여놓은 상처들은 쉽게
아물지 않을 조짐이다. 토머스판사의 인준은 흑인과 백인의 고질적인
인종문제를 넘어 보수파흑인과 진보파흑인간에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었다.
진보파 흑인인권운동단체들이 누구보다 먼저 그의 인준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성적희롱문제가 터져나와 법사위가 청문회를 재소집하는등 파란을
겪으면서 남녀의 성차별문제가 미국사회에서 다시 한번 극적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이사건은 또 정치에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벽을 한층 높였다.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의원들이 과연 누구를 심판할수 있는가. 정치인에 대한 미여론의
시선은 이번 인준과정을 통해 그어느때보다 따가웠다.
미국사회 내부에 일고있는 갈등은 사실 여기에서 그치고 있는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몸싸움으로 까지 번지고있는 낙태찬반논쟁 성조기를 시위중
불태우는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있는 대립등도 갈등의 또다른 분화구들이다.
한인교포사회와 흑인들간의 대립도 이같은 연장선에서 이해될수
있을것이다.
미국계 저명 통신의 모 서울지국장은 얼마전 "미국은 70년대 이러한
문제들로 고민해본 적이 없다. 누가 국기를 태우든 무슨
상관이었던가"라며 미국사회의 모습에 대한 자신의 씁쓰레한 심정을
토로했다.
미국이 한마디로 불안해하고 있는것이다.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에대한
점증하는 미국민의 불안감이 인종 성 민족 보수 진보등으로
사분오열하고있는 미국사회의 바탕에 깔려 이를 부추기고있다.
대법원판사 인준사상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온 이번 인준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걸프전의 승리는 정치인의 승리였을뿐 미국사회는 갈등속에서
그 내연의 도를 더해가고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