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월30일과 10월1일 양일간 한국경제신문과 KDI주최로 마련했던
북한경제 국제학술회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즉 북한경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이 얼마나 지난의 과제인가를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국내의 학계 전문가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소련
헝가리등 해외의 석학과 전문가들이 망라된 모임이었지만 북한경제를
진단하는 방법과 시각 그리고 입장의 차에서 오는 논문발표로 인해 열띤
논쟁이 오고가기도 했다. 이러한 견해의 차이는 원천적으로는 북한의
폐쇄성에서 오는 각종 경제통계나 자료의 구득난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번 학술회의는 북한경제가 70년대 후반이후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데는 모든 발표자들의 토론을 통해 견해의
일치를 본바 있으나 한국이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을 추진해가는데 있어
구체적으로 어느 경제부문부터 접근해 가는것이 북한의 개방화 유도에 가장
효용이 있을것인가에 대한 진단은 하나의 숙제로 남게됐다.
다만 오늘의 국제정세가 탈냉전기에 접어들었으며 한반도를 에워싼
이해관련당사국들의 정책방향이 남북한의 통일문제를 촉진 시키는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대외적인 여건을 우리가 바라는 남북한간의 경협문제와
어떻게 접목시킬것인가 하는 문제가 최대의 과제이다. 정부는 이미
현단계에서의 정치통일은 서로가 취하고 있는 통일형태간의 상극성 때문에
섣불리 해결할수 없는 과제라는것을 이해하고 통행 통신 통상의 3통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해 간다는 합리적인 시책을 펴가고 있으나 북녘의
우리동포들의 생활향상에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수있는 수단은 통상에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제기된대로 현재 북한의
경제력은 한국경제의 70년대중반 수준에 있는것으로 실물지표상으로
나타났으나 북한동포들의 실생활은 지표상의 것보다 더 심각하다. 이는
60년대 전반기의 중.소분쟁과 쿠바사태등에 자극 받아 북한이
군수산업중심의 중공업정책에 박차를 가해온데다 특히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88서울올림픽개최결정을 의식한 평양중심의 전시효과적인 각종
구조물의 건설로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의 결핍현상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발표자중 평양에
장기간 체재했던 소.동구권인사들에 의해 확인할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 정부가 풀어야할 화급한 과제는 통행 통신도 중요하지만
남북한이 서로가 필요로 하는 각종 물자를 제3국의 개입없이 상통하는
일이다. 소비재를 포함한 생산재의 유통이 활발해지면 사람과 서신의
왕래는 따르게 마련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호간의 신뢰가 쌓이게된다.
이제는 남북한 쌍방에 명분보다는 실리에 입각한 교류의 활성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당도 했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태우대통령이 "7.7선언"에서
천명한 "남북한교역문호를 개방하고 남북한교역을 민족내부교역으로
간주한다"는 정책의지를 북한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것으로 믿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길은 관련상사들이 안심하고 대북한거래를 할수있도록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보장해 줄수있는 장치를 신속히 강구해 줌으로써
직교역의 활성화를 꾀하는 길 밖에 없다.
1천만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을 위한 통신과 왕래도 중요하지만 이 민족적
통한을 하루빨리 풀어줄수 있는 열쇠는 통상이라는 수단에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둘째는 정부가 북한경제의 연구를 포함한 사회주의권 연구요원들의 관리와
기능을 합리화 해서 보다 생산성을 높일수 있도록 뒷받침 하는 일이다.
정부는 70년대초 부터 공산권경제연구에 대한 지원을 해왔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실책을 되풀이해 왔으며 최근에 와서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정비문제와 관련,또다시 방향감각을 잃은 처사를 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권 연구기관의 효능을 제고시켜 우리가 지향하는
남북한경제협력의 바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본질인 정치
경제학적 연구가 병행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치경제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접근방식을 택하지 않는한 오늘의
북한경제를 정확히 진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북한은 모든 대중매체를 통해 자력갱생노선을 바탕으로 "우리식대로
살아가자"고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기초한 경제건설방식을 더욱 고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북한경제에 대한 단면적인 연구만으로는 지금
진행되고있는 급격한 상황변화에 정확히 대처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한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등에
산재해 있는 대사회주의권 연구인력을 합리적으로 한곳에 모아 각분야별
기능별 역할을 다할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