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R&D(연구개발)메카인 대덕연구단지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렇다할 사기진작책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기능재
정립의 와중에서 차분히 연구개발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고 크게 의욕이
가라앉은 상태이다.
18일 대덕연구단근무자들에 따르면 해사기술연구소는 선박연구를 민간에
이양시킨다는 방침에 대부분의 연구진이 앞날을 걱정하면서 일손을 못잡고
있다.
동력자원연구소는 동력분야와 자원분야를 분리,2개연구소로 운영되게
되어있어 기존조직의 분할을 놓고 어수선한 실정이다.
화학연구소는 염색가공분야의 민간이양과 일부연구조직의
과학기술연구원(KIST)도핑센터,유전공학연구소와의 통합작업이 걸려 진지한
연구개발분위기를 찾아볼수 없는 상태이다.
원자력연구소는 지난번 안면도사태의 후유증을 씻고 제2연구소조직을
없애는 한편 최근 대대적인 조직정비를 했으나 원자력사업의 일원화가
또다시 제기되고있어 연구력집중에 지장을받고 있다.
또 천문우주연구소와 기초과학지원센터를 이관받기로 한 한국표준연구소와
기초과학지원센터를 떼 줘야하는 한국과학재단도 기관이전및 흡수와
관련,학계및 관련기관의 민원성이의제기로 적지않은 간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지원센터는 이를 만든 전직 과학기술처장관까지 부당성을
제기,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출연연구소의 기능재정립방안을 의심받게
까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소들이 "5공"시절에 있었던 대대적인 연구소통폐합이후
또다시 몰아닥친 기능재정립에 방향을 잃어 "밤새 불이꺼지지않는
대덕연구단지"가 이젠 옛말이 되고있다.
해가일찍지는 요즘 저녁7시께 불밝힌 연구실은 연구소별로 한손가락내에
꼽을 정도이다.
어둠속에 보이는 큰 덩치의 연구동들이 "생기가 빠진것 같다"는 느낌이다.
한 연구원은 대덕연구단지의 분위기가 금년상반기부터 가라앉아 지금은
의욕까지 크게 잃은것같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대덕연구단지를 찾아 연구를 위탁하는 사례도 적어지고있다.
외부수탁연구가 비교적 많은 한 연구소의 경우 지난한햇동안 32억6천만원의
수탁고를 기록 했으나 금년들어서는 8월말현재 12억8천만원이 전부이다.
연구소관계자는 연말까지는 수탁고가올라갈것이라고 말하나 지난해의
70%수준에 머물것같다는 눈치이다.
무역수지적자,과소비의 만연등으로 한국경제가 몸살을 앓고있는 지금
국민들은 그래도 대덕연구단지가 중심을 찾아 연구개발에 주력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자 한 연구원은 "연구원도 인간이어서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등 비과학기술계연구기관의 대우가
과학기술계연구기관보다 직급별로 15 20%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주위에서 휴가철이면 해외여행을 떠나고 과소비에 들떠있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애국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연구실에 틀여박혀있어야 한다는 것은
서운하다는 푸념이다.
말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할수있게 하려면 긍지를 갖도록 여건을 최소한
갖추어줘야한다고 호소한다.
한 연구원은 정부가 "5공"시절 경험한 연구기관의 대대적인 손보기작업을
10년도 안돼 또다시 하는 것을 볼때 "과학기술행정이 고작 이런것
뿐이냐"고 애석해 한다.
이러한 현장의 소리는 대덕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연구기관기능재정립의 대상기관에 올라 연구소평가작업등을 경험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그동안 평가등과 관련,3 4개월동안 연구를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홍릉연구단지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기능재정립방안과 관련,오래 쌓아온
기관으로서의 자존심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고 의기가 꺾여있다.
정부출연연구소평가단장인 서정욱과기처차관은 "평가결과를 놓고 기능을
조정하는 것은 일종의 성형수술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했었다.
그러나 연구현장의 분위기는 "예쁜 얼굴과 몸매는 커녕 잘못된 성형수술로
삶의 의욕마저 꺾는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더 큰듯했다.
연구기관평가와 기능재정립은 그 여파가 장기간에 미칠것이어서 어려운
경제현실과함께 과학입국의 꿈을 잃게하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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