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의회는 17일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에 관한
마지막 근간법인 주민등록법을 압도적 다수의 표결로 폐지시킴으로써
40여년간에 걸친 인종차별제도를 종식시켰다.
백인과 아시아계및 혼합인종계의 인종별 3원제로 이루어져 흑인이
배제돼 있는 케이프타운의 남아공의회는 이날 3백8명의 의원중 우익계백인
보수당의 38명만이 반대한 가운데 남아프리카의 모든 주민을 백인, 흑인,
아시아인, 혼합인종의 4개 범주로 분류하는 1950년의 주민등록법을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폐지키로 가결했다.
주민등록법은 모든 남아프리카 주민들이 출생시에 그들의 피부색에
따라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아파르트헤이트 조치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서 모든 국민은 이 분류에 따라 그들이 거주할 지역과
다닐 학교와 사용할 공중화장실과 묻힐 묘지가 결정된다.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은 의회의 합동회의에서 이제
아파르트헤이트는 역사의 유물이 됐으며 "모든 사람이 여기에서
해방된다"고 선언했다.
그는 금년내에 모든 인종간의 협상이 시작되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새 헌법이 2,3년내에 이루어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흑인단체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이미 인종분류가 된
사람들은 새로운 비인종차별 헌법이 채택될 때까지 그 분류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설사 잠정적일지라고 인종분류가 남아 있다는 것은
수락할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 법의 폐지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며 흑인
대다수의 지위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아파르트헤이트의 폐지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공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인종문제 개혁조치는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천만명의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게될 새
헌법을 채택하는 것으로서 앞으로 이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모든 남아프리카 국민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테두리안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것을 보장하는 새 헌법"을 채택할
것임을 약속했다.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으로 1984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성공회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역겨운 법률 조각의 사멸"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데 클레크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당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수모와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데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지난 89년 집권한 이래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에 따라 주거지와 병원, 공원,
해수욕장과 기타의 많은 시설들에서는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