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을 1주일 앞두고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도 의회의원선거전이
갈수록 과열양상을 드러내면서 후보들간에 근거없는 사실로 상대방
진영을 골탕 먹이려는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해 선거 분위기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당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이 흔히 사용한 이같은 진부한 선거운동 방식은 유권자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데다 30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의 참뜻을
퇴색시키는 것으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흑색선전의 내용은 주로 후보의 자격과 재산, 학력시비에서부터 심지어
여자문제등 사생활까지 담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나 후보들간의 맞고소.고발사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선거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흑색선전이 이번 선거에서도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무관심으로
선거분위기가 가라 앉아있고 부동표의 비중이 어느 선거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자 일부 후보자들이 부동표 흡수전략의 하나로 상대방 후보를 중상
모략하는 상투적인 수법을 동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랑 제3선거구에 신민당후보로 나선 이모씨(36.여)의 경우 "강남의
큰손이다" "중랑갑구 이모 신민당의원의 친동생이다" "노처녀다"라는 등의
악성루머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떠돌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후보는 이에대해 "현재 면목동에 있는 25평짜리 빌라가 전재산이고
이의원과는 성씨가 경주 이씨라는 것만 같을 뿐 전혀 무관하다. 남편과 딸
하나가 있는 엄연한 가정주부인데 노처녀라는 소문이 어디서 나왔는지
도대체 알수 없다"고 밝히고 "근거없는 인신공격성 루머를 해명하는데
바빠 선거운동은 뒷전"이라고 말했다.
또 성동 제9선거구의 무소속 정모후보(45.시인)는 "요즈음 선거구민들을
만날 때마다 `이번에 당선되면 민자당에 가입할 것이라는데 사실이냐''고
유권자들이 따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제6선거구 민자당 윤모후보(51.건설회사 대표)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돈을 많이 주고 공천을 받았다더라" "고리대금 업자가 무슨
의원이냐"는 등의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아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영등포 제2선거구 민주당 박모후보(38)에 대해서도 "은평구에 살던
사람이라서 영등포에 나올 자격이 없어 낙하산 공천을 받았다" 는 내용과
함께 박후보의 옛주소가 적힌 선전물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박후보측은 밝혔다.
서울 노원 제7선거구에 출마한 민자당 최모후보(38)는 "야당
선거운동원들이 사랑방 좌담회등을 통해 내가 5년전 사기행각을 벌인뒤
1년간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돌아왔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며
흑색선전에 시달리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양천 제2선거구 신민당 이모 후보(42)의 선거운동원 장순자씨(38.여)의
경우 버스정류장에서 아파트 주민등 20여명을 상대로 "민자당
심모후보(54)는 축첩을하고 그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시의원후보로 추천됐느냐" 고 비방했다가 민자당 후보
선거운동원의 고발로 13일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처럼 광역선거에서 조차 구태의연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등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지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표하면서
건전한 선거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고대하고 있다.
회사원 최요석씨(28.서울양천구목동아파트) 는 " 흑색선전이 나도는
요즘의 광역의회 선거판을 보면 후보자들의 의식수준이 유권자들의
의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 면서 " 후보들간에
페어 플레이가 이뤄지는 가운데 훌륭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선거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 최근 선거운동원들이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다니다 유권자들의 신고로 적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면서
" 과거 선거때와는 달리 유권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 흑색선전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