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모든 신문.방송들이 정원식총리서리의 피습사건을 크게 보도하고
이곳 한국교민들이 일제히 이 사건에 분개하고 있는 가운데 권위있는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5일 정총리에 대한 대학생들의
모욕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학생이 국가의 양심을 대표한다는 헛된 신화가
깨어지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모닝 포스트지는 이날 서울발 분석기사를 통해 "밀가루 한자루와
몇개의 달걀이 한국학생운동에 대한 감상적인 동정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전제하고 학생들이 총리를 발길로 차고 주먹질하는 장면이 TV에 방영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중산층은 갈수록 광적인 과격분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학생들의 반정부운동을 외면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포스트지는 그동안 정부건물이나 미군시설이 공격을 당해도 학생들의
과격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지 않았고 외국관측통들에게 깊은 충격을 준
연쇄자살극도 87년 민주개혁을 가져온 학생운동에 대한 한국인들의 연민의
정을 깨뜨리기 어려웠다면서 한국언론은 학생운동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생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았었다고 논평했다.
포스트지는 중산층이 학생들을 지지하고 나설 경우 정치적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한국정부가 우려해왔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정총리서리에
대한 폭행이 발생한 이후부터 신문사설들이 도의적 분노를 토하기
시작했으며 각 언론사의 전화교환대는 분개한 시민들의 항의전화로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포스트지는 또 한국의 중산층은 고위관리의 권위는 신성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다 총리서리가 교수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분하고
있다고 말하고 한국은 역사적으로 "양반"계급에 속한 학자들이 존경을
받아왔으며 총리에 대한 폭행은 서구사회에서 국가지도자가 폭행을
당하는 경우 주는 충격보다 훨씬 큰 충격을 한국국민에게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지는 이어 최근의 한국학생운동은 폭력전술을 구사하는데다
구시대적인 마르크스주의이념을 신봉하고 있어 지난 수년간 대다수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해왔다고 말하고 많은 분석가들은 최근의 연쇄자살을
한 극좌파벌이 계보가 다른 과격분자 78명을 살해함으로써 파멸됐던 60
70년대의 일본학생운동과 비슷하게 너무 지나치게 과격해짐으로 인해
엉뚱하게 발생한 ''죽음의 광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지는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폭력적 학생운동을
아무도 비난하지 못해온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며
또다른 이유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국민적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포스트지는 학생운동권이 일반대중에 대해 계속해서 끼쳐온 마술적인
영향력의 근원은 ''학생이 국가의 양심을 대변한다는 신념''이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제 국무총리에 대한 학생들의 폭행으로 인해 이 헛된 신화가
깨지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한편 대공보와 문회보 등 중국계 신문을 포함한 홍콩의 모든 신문들은
이날 정총리서리가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담은 여러장의
사진과 함께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으며 이곳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들은
이번 사건에 분노를 표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무법천지가 됐다"고
개탄했다.
한국사태에 대한 이곳의 신문 방송의 보도를 볼 때마다 전율을
느껴왔으며 이에 관한 외국인들의 질문에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는
한 상사직원은 "학생들이 총리이기전에 연로한 스승을 구타한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동방패륜지국''으로 전락했다는
증거"라고 흥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