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고개가 있다고 P F 드러커는 그의 신저에 썼다.
일단 고개를 넘으면 사회적 정치적 풍경이 바뀌고 기후도 달라지면서
"새로운 현실"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1873년 빈 증권시장의 붕괴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시작된
자유방임주의시대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오일쇼크가 일어났던 1973년은
정부측, 진보를 뜻하던 시대의 종언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구호는 새로운 현실보다 언제나 장수하지만 그 구호는
의미를 상실하여 물에 빠진 사람의 허우적거림에 불과하게 된다.
이달 20일에는 시도의원선거가 실시된다.
30년만에 실시되는 이번 지방자치선거야말로 정치적 민주화의 큰
이정표이다.
이번 선거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러서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필요악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내실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초장부터 후보공천을 둘러싸고 막대한 돈이 거래되는 혼탁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시도의원선거쯤은 아예 정치발전과정으로
여기지도 않고 오히려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야기된 문제를 확대재생산
하면서 거리를 메우며 연일 시위하고 있는 세력들의 존재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희망보다는 가투에서 오는
불안으로 짓눌려 있다.
우리는 역사의 새현실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마루턱에서
구현실에 발목잡혀 있는 꼴이다.
운동권이나 더이상 구현실의 낡은 구호로 시위를 일삼지 말고 민주화의
큰 도정인 지방선거의 공명관철에 적극 뛰어들라고 권하고 싶다.
기존정치권도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를 위해 살을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후보가 돈벌이 상품인가.
왜 금품으로 결정하는가.
애초에 여당의원의 그런 사례가 발각됐을때 가차없이 다스려야 했다.
그리고 지방자치인데 여야 모두 중앙당이 왜 그렇게 연연하는가.
지방자치를 실종시키고 지금까지의 정치폐해를 확산시키려는 것인가.
또 지방자치인데 왜 중앙당의 공천인가.
중앙에 예속되는 지방자치는 뜻이 없다.
기존 정치권이 아직도 구현실의 작태를 못버리고 있다.
이래서 기성정치를 보고 순진한 학생들이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금품선거 타락선거가 되어 지방자치가 허울뿐인 정치쇼가
되면 우리의 민주화는 국민의 혈세만 먹어삼킨다는 커다란 환멸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 점은 기존 정치권 유권자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해야 하며 운동권이나
재야측도 거리의 투쟁보다 공명한 선거가 더 역사성을 지닌다고 각성해야
한다.
역사의 한 고개를 넘어 "새로운 현실"을 시작시키려면 우리 모두가
새로워져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