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대형백화점들의 "점포늘리기
전략"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다점포화에 나선 대형백화점들과 지역상권을 나름대로 확보하고 있는
변두리 지역 및 지방백화점들은 유통시장개방 문제에서는 공동대처의
필요성으로 일단 뜻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업체의 점포늘리기와
관련해서는 상권의 "공략"과 "방어"입장으로 엇갈려 심한 반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백화점들은 온실 속에만 있던 국내 유통업계가 유통업개방이라는
최대의 시련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그동안의
다점포화 전략을 불가피하게 확대시킬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형백화점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외제선호경향에 미루어볼때
유통업개방으로 인해 국내 유통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여건이
잠재돼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업계 스스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점포화를 통한 대형화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 이번 기회에 재벌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다보유 규제대상에서
유통업체들을 과감히 제외시켜 줄 것을 대형 백화점들은 요망하고 있다.
이에반해 나름대로 지역상권을 확보하고 있는 이른바 지역백화점들은
재벌그룹을 끼고있는 일부 대형업체들이 다점포화를 통해 유통업을
독식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세인 지역백화점들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지역별 특성을 지닌 점포들의 상권형성에 큰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대형 백화점들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역특성을 십분 살린 상권형성만이 오히려 시장개방후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제시하고있다. 따라서
대형백화점들은 점포늘리기 등의 직접적인 상권확장보다는 경영노하우를
지역백 화점에 이전시켜 주는 "아량"으로 공동의 현안인 외국 유통업체의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주장이다.
지금까지 유통업계는 시장개방과 관련한 미국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국내 유통시장의 개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대비책을 내놓지 못한채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통업계를 주도 하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백화점들은 전국적인 점포망 구축을 위한 단계적인 다점포화계획
아래 점포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영등포역사점의 개점으로 모두 5개의 점포를 갖게 된 롯데는
전국적인 점포망 구축을 위한 첫 단계로 이미 대구역사점 및 부산점의
공사에 착수했다. 롯데는 이어 서울의 동북부지역과 호남지역 상권 진입을
위해 청량리 맘모스쇼핑센터 인수와 광주지역 후보지 물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계획단계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과 공사중인
구화신백화점 점포를 포함, 6개의 점포로 서울지역 점포망을 구성하고
역시 공사중에 있는 대전역사점과 대구점 등을 발판으로 전국적인
점포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역사가 비교적 짧은 현대는 수원역사점 등 수도권지역 상권을
우선적으로 공략한뒤 전국적인 점포망으로 넓혀 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대형백화점들은 점포늘리기에는 경쟁적으로 나서면서도
자체적으로 축적한 경영노하우를 규모가 적은 지역백화점에 이전시켜
주는데는 다소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
대형백화점들은 그동안 다카야시마, 도큐 등 일본의 대형 백화점으로부터
백화점경영과 관련된 각종 노하우를 도입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형태로
소화시켜 결코 선진국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 경영기술을 축적해 놓고
있다. 이같은 대형업체의 경영기법이 이제는 경영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방이나 변두리 지역백화점 쪽으로 이전돼야 할 싯점에 와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말하자면 문어발식 점포확장에 앞서
지방백화점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앞장설 수 있는 대형백화점들의
솔선수범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우리식의 백화점 경영노하우를 가장 많이 축적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울산주리원백화점의 전면적인 개보수공사를 맡아 완성했고
마산 성안백화점과 경영 제휴를 체결한 것 등이 국내 백화점업계가
나아가야 할 좋은 본보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무조건적이고
관습화 돼온 일본백화점의 기술도입은 이제 종식돼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대형백화점들의 다점포화가 나름대로 이유와 명분을 갖추고 있긴
하나 유통업 개방에 공동으로 대비해야 하는 업계 전체의 현주소를 감안,
지나친 경쟁으로 반목만을 거듭해 왔던 업계가 이번 기회에 질서를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해야할 것 이라는 의견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