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비트 PC가 급속하게 보급되던 투기같은 현상이 5-6년전에 있었다.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사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50만대는 팔렸을
것이다.
그후 이것이 갑자기 풀죽어 버렸다. 초중고 컴퓨터교육을 16비트로
전환한 것이 원인이지만 PC를 가지고 이용할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와
활용 소프트웨어가 황무지와 다름없었던 것도 8비트를 죽여버린 공범이었다.
외국에선 지금도 8비트를 고집하는 매니어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몇년 사이를 두고 16비트 PC가 다시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이용할 DB나 소프트웨어는 큰 진전이 없어 걱정이었다.
범용컴퓨터의 초기에는 하드웨어 비용이 80% 이던 것이 지금은 소프트
웨어비용이 80%로 역전된 선진국의 경우와는 너무 대조적인 것이다. 속빈
강정인 셈이다.
상공부는 DB산업의 획기적 육성을 위해 특별입법을 추진키로 하는 한편
95년까지 300개의 DB업체를 육성하고 시장규모를 10억달러 수준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DB산업을 제조업에 상응하는 금융
세제등의 지원을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상공부의 이와같은 계획은 다른 유관부서의 협조를 전제로 하고있다.
이점을 더 확실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공부는 DB산업이 하드웨어에
따라 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 소관이라고 할수 있고 체신부는
DB산업이 기본적으로 통신을 주축으로 하는 것이어서 자기들 영역이라고
할수 있고 과기처는 첨단기술부문이므로 자기소관이라고 주장할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할거주의에 흘러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DB산업육성이 정부의 일원화된 의지로서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들수 있다고 당부하고 싶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유의해야 한다.
한국의 DB량은 89년현재로 일본의 25분의1, 미국의 35분의1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것도 내용이 얼마나 알차냐 하는 문제가 있다.
하드웨어나 DB등은 전문가들에 의해 어느정도 외형상의 수준은
갖출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 얼마나 좋으냐 하는 점이다. 프랑스의
미니텔은 병충해가 발생하면 어떤 방법으로 방제하고 어떤 농약을 써야
한다는 농사정보까지 넣고 있다고 한다.
DB산업이 이런 수준까지 가려면 전문가들의 손만으로는 안된다.
정보를 수집하고 발굴하는 측면이 가장 강조되어야 한다.
옛날 바다에 떠있는 외국군함을 보고 겉은 그럴듯하게 만들었지만
속이 부실하여 가라앉은 일이 있다고 한다. DB산업도 속이 알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