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소련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의장(대통령)을 지지하는
약 20만-50만명의 군중들이 일요일인 10일 모스크바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1주일후에 있을 소연방 유지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으며 레닌그라드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의 시위는 옐친 대통령이 9일 개혁파들에 대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을 촉구한지 하루만에 벌어진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수파들로부터 혼란 을 조장한다는 거센 공격에 직면하고
있는 옐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시위를
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렘린궁 인근 마네츠 광장을 가득 메운 모스크바시 시위의
참가인원수에 대해 서방의 각 통신마다 다른 숫자을 밝히고 있는데 미국의
AP 통신은 50만명이 참가했으며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최대규모의 반정부시위라고 보도한 반면,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참가인원수가 20만명으로서 6년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된 이후 최대규모 시위라고 전했다.
또 미국의 UPI통신은 20만명,프랑스의 AFP 통신은 30만명이라고 각각
타전했다.
이같은 옐친 지지 및 국민투표 반대시위는 러시아 공화국내 적어도
16개 도시에서도 벌어져 레닌그라드에서는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7만여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5만명,블라디
보스토크에서 2천5백명이 모였고,기타 이르쿠츠크,카잔,옴스크,
스몰렌스크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또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 키예프에서도 7천여명의 시위대들이 국민
투표 반대시위를 벌였다.
모스크바 시위 참가자들은 "퇴진,퇴진" "고르바초프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모스크바 시내의 가든 링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들이
들고있는 플래카드에는 "고르바초프의 국민투표 반대" "옐친은 우리의
희망" "우리는 고르바초프 없는 소련을 원한다"는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또 시위자들중에는 공산혁명전 러시아국기인 적.백.청 3색기를
들고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으며,우크라이나 공화국 및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스토니아등 발트해 연안 3개 공화국의 각 단체 회원들도
참가했다.
포스트팍툼 통신은 일부 시위자들이 시위가 끝나 군중들이 흩어진
이후에도 잠시 시내 중심가의 교통을 가로막고 시위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이날 시위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으나 일부
열성시위자들은 그의 연설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틀기도 했다.
가브리엘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이번 국민투표는
통제경제로의 복귀를 이루고 소련을 권력중앙부의 독재아래 두려는 기도의
일환"이라며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 이를 소연방의
장래에 관한 투표에서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표명 투표로
전환시키자고 촉구해 시위대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없는 정부를 요구한다"는 포스터를 들고있던 한
40대 여인은 "우리는 옐친을 지지하는 다양한 민주 단체들을 통합하려
하고있으며 이것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련 TV는 이날의 시위를 비난하면서 시위참가자들은 소련의
당면문제들에 대해 건설적인 대안을 갖고있지 않은 과격파들에 의해
기만당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 TV기자는 "밖에서 보면 시위대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성실한
사람들인 것 같다.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은 뿐이다"고 말하고 "모든
것을 부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 보다 이성적이고
가치있는 것이 될 것인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