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돌연한 사임발표와 관련, 외무부가
21일 공식논평을 통해 <매우 놀랍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압축적으로
표현한데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우리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것같다.
외무부가 이같이 소련외무장관의 사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서방진영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는
소련국내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신사고및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의 지속적인 수행 여부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나 시기적으로 노태우대통령의 역사적인 소련공식방문 직후 사태가
발생했다는데서 더욱 그 강도가 강하다고 볼수있다.
특히 한소 양국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셰바르드나제라는 인물이
갖고 있던 상대적인 비중을 고려해 볼 때 외무부로서는 그의 이번
사임발표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양국간의 긴밀한 유대강화에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는 <모스크바선언> 발표이후의 관계설정에 어떠한 변화를
가지고 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외무부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셰바르드나제장관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수교를 맺은데 이어 6개월동안 두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진 양국의
기본관계에는 커다란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고르바초프의 방한을 비롯한 소련의 외교일정에는 다소 차질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셰바르드나제가 외무장관의 신분을 갖고는
있지만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인"이라며 이번 사태를 소련 내부의
정치상황에 주안점을 두 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스크바선언>을
통해 천명된 양국의 기본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방과 화해라는 세계사의 흐름이 소련의 독자적인
이니셔티브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니며 미국등 서방진영의 강력한 협조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소련이 역사의 대세에 역행할 경우 서방의
지원이 중단될 것이 분명해 국내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소련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직선적이고 개혁적인 셰바르드나제가
보수세력의 반발로 부통령으로의 승진이 아닌 사임을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후임 외무장관은 셰바르드나제 보다는 덜 개혁적인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외무부측은 양국간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경협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소련이 우리와의 긴밀한 협조를 원하고 있는만큼 기본
테두리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소련정정이 계속
혼미를 거듭할 때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리를 꺼릴 우려가
있다고 보고있다.
외무부측은 일단 구주국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에 돌입, 현지 대사관의
보고와 외신으로부터 들어오는 언론보도를 토대로 소련정국의 추이를
예의깊게 주시하고 있으나 소련의 정치상황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확한 사태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
한편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세바르드나제외무장관이 인민대표회의에서
사임의사를 표명한 연설의 주요 기조가 <개혁.개방.민주화정책>의 지속에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발단은
신연방조약과 대통령의 권한강화문 제를 둘러싼 보수파와의 갈등에 있기
때문에 대외정책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