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0시를 기해 휘발유/등유값을 28%씩 인상했다.
내달 초쯤에나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설도 나오더니 등유사재기가
극성을 부려 그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고 한다.
연내인상 반대론자는 원유값이 오를때 완충자금으로 쓰기 위해
비축한 석유안정기금을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기름값부터
올리는 것은 정부의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페만사태가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될 경우엔 물가심리만 자극하는 결과가 된다고 주장해
왔다.
찬성론자는 정부가 어차피 석유안정기금으로 해결을 못할바에야
아예 그 인상시기를 늦추지 말고 제때에 올려, 경제원리에 맞게
기름값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흐름을 트는 길이라고 맞서왔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은 이미 지난 8월에 가격을 현실화하여
그 충격을 흡수해 나가고 있다.
정부로서는 석유안정기금을 목적대로 적기에 쓰지 못했으니
국민에 대한 죄책감은 남아 있고, 안정기금은 거의 타용도로
전환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9~11월중 원유도입 평균단가가 25달러선을
넘어서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시기를 기다려 왔었다.
국내 유가인상요인은 발생했고 값을 올리지 않을 다른 방도가
없다면 선택의 폭은 좁다.
결국 올라야 할것은 올려주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문제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
첫째 타물가에 대해 신속한 대처를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유가인상후에도 올해 소비자물가의 한자리수
억제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기름값 인상의 소비자 물가 파급
요인은 0.08%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이번 인상된 유종을 수송용및 난방용인 휘발유와 등유로
한정한 것도 산업용 기름만큼 물가파급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
근거한다.
그러나 휘발유값 인상은 택시요금등 기타 수송비용에 직접
영향을 주고 난방용등유는 아파트 관리비를 높여 전/월세에
영향을 준다.
다른 서비스요금도 덩달아 뛴다.
또한 그렇지 않아도 인상요인이 쌓여있는 공공요금을 더이상
눌러 놓을수 없게 만든다.
더욱 큰것은 물가가 다분히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는
우려다.
그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정부는 아울러 이 기회에 석유안정기금으로의 거두어들인
5조2천4백여억원의 사용내용을 숨김없이 밝히고, 그 자금을
목적대로 쓰지 않은데 대한 사죄를 국회에서 해야한다.
이 기금중 유가완충 적립금으로 배정된 금액도 30%인
1조6천2백39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그중 가용액은 산업구조
조정자금으로 산은등에 예치한 4천2백억원등 5천4백억원밖에
안된다.
정부는 한동안 원유의 관세율을 인하하고 이 자금을 방출하면
원유평균 도입단가가 25달러가 돼도 연말까지는 버틸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뒤 단 몇달사이에 사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이제 페만사태의 영향권에 더 깊숙이 빠져들어 제3유파의
한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정부도, 기업도, 소비자도 모두 위기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절약하는 정신으로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서로가 남의 탓만 하다가는 재도약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