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한달째로 접어들었으나 공인
회계사 피살사건,일가족 생매장 살해사건에 이어 영동백화점 사장집
3인조 강도사건 등 강력범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 범죄전쟁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치안당국은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이후 전 경찰력과 행정력을
동원, 전례없는 방범활동 및 민생치안사범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조직폭력배등 전문범죄꾼의 상당수가 지하로 숨어 버리면서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 유흥가를 무대로 한 조직폭력 범죄는 어느 정도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일반 서민을 상대로 한 강도살인,
강도강간, 인신매매, 유괴살인등 흉악범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치안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달동안만해도 서울의 경우 공인회계사
임길수씨(50) 피살사건과 탄천고수부지 허만오씨(31) 암매장 사건,도봉구
미아동 진수미양 피살사건, 구로구 시흥동 20대 청년 피살사건 등이
잇따랐으며 지방에서도 경북안동의 3노파 방화살인사건, 대구 한식집
여주인 오양순씨(41) 피살사건 등 모두 50여건의 살인 및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검거된 유증렬씨(54) 일가족 생매장 살해사건의 범인들은
범죄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경찰의 물샐틈없다는 경비망을 뚫고
강원.충청.인천.대전등 전국 을 활주하며 20여차례에 걸쳐 강도행각을
벌여왔다.
범인들은 고속도로상에서 빼앗은 차량의 번호판도 바꾸지 않은채
버젓이 돌아다녔는데도 단 한차례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고 말해 겉과는
달리 경찰의 경비망이 형식적이고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범인들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노약자와 어린이까지
살해, 완전범죄를 꾀한 것으로 밝혀져 "범죄와의 전쟁" 후속조처로 발표된
흉악범에 대한 형량가중과 누범자 법정최고형 구형 등 당국의 초강경
대응책이 오히려 범죄를 보다 흉포화, 지능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정부당국이 사상 유례없이 결연한 의지를 천명, 한달씩이나
범죄와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강력범죄가 빈발하는 것은 경찰관
총기사용, 흉악범에 대한 엄벌주의만으로는 범죄를 뿌리뽑는데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