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그만한 일 크게보는 사람이 이상해 ***
*** 시간가면 오해풀려 이런일 거듭안돼야 ***
노태우대통령은 31일 상오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을 방문,
건물내의 시설을 둘러보며 최근 민자당의 내각제각서 유출파문과
김영삼대표의 내각제 포기요구, 회견후 마산으로 간 사태등에 대해
기자들과 간단한 일문일답을 했다.
이날 상오 11시가 조금 지나 춘추관에 들어선 노대통령은 약 20분동안
대회견실과 식당, 브리핑 룸, 기자실등을 둘러보며 최근 민자당의
내각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내분사태를 <오해에서 비롯 된것>이라며 언론에
대해 "우리네 사람이 그렇지 않아도 성질이 급한데 거기에 불을 붙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보도방향에 불만을 표시.
노대통령의 이날 춘추관방문은 청와대 프레스센터를 자연스럽게
돌아보는 형식을 취했으나 이날 김대표가 회견을 가졌고 이와 관련
노재봉비서실장과 최창윤정무 수석비서관으로 부터 사태보고를 들은 직후
이루어져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노대통령의 심경의 일단을 읽을수
있었다.
노대통령은 이날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러나 어느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여 <믿음과 포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노대통령과
기자들의 일문 일답 내용.
-- 김대표가 회견후 마산으로 내려갔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마산을 가고 싶으면 갈수 있고 생각할 것이 있으면 생각할수 있는
것이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기자들에 향해)
조그마한 일을 크게 보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야. 대한민국이 지금 뭐를
해야 하는가. 할일이 산더미같이 많지 않느냐. 언론이 엉뚱한데 눈을 돌려
안타깝게 생각한다"
-- 김대표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사람이 여러가지 생각을 할수 있겠지. 그러나 언론도 대한민국의
언론이 돼야지. 나도 세계의 어느 지도자들 보다도 여러 사람을 포용하는
지도자가 돼야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완전할수는 없어 오해가 생길수도 있지. 시간이 가면 뭐 이런
것을 가지고 오해를 했나하고 웃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그러나 이런 일이
거듭되지 않기를 바래. 우리 사람들이 성질이 급한데 거기에 불을 붙이면
어떻게 하나. (웃으며)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닌데."
-- 김대표가 내각제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생각지도 않는 것을 만들면 되나"(걸으며 대화를
하던 노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 당무정상화는 어떻게 됩니까.
"그 사람이 몸이 불편하던가 하면 다음 사람이 할수 있는 것이지. 내가
몸이 아파 누우면 총리가 대신해야 하는 것이지"
(1층 계단에서 2층으로 오르던 노대통령은 춘추관을 다시 돌아보며
"좋구먼"하고 한마디 하기도 했다)
"언론이나 정치인이나 누구를 막론하고 기본은 믿음을 갖는 것이야.
언론도 누구를 의심하면 죄를 짓는 것이되지."
(이렇게 말한 노대통령은 2층 베란다에 설치되어 있는 신문고를 본딴
큰북앞으로 다가서 "이왕 왔으니 북이나 한번 치고가자"며 북채를 들고
북을 세번쳤다)
-- 마산에 내려간 김대표에게 사람을 보낼 생각입니까.
"곧 돌아 볼텐데 뭘 보내."
-- 마산서 김대표가 돌아오면 만날 것입니까.
"우리 당의 대표인데 내가 왜 안 만나겠나. 멀정한 사람도 옆에서
이상하다고 하면 이상해 지는 법이야. 모두가 정상이야 비정상인 것은
아무것도 없어(여기서 노대통령은 정상이란 말을 노멀이란 영어로 사용,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부부싸움 같이 애교로 봐야지. 모두 심각하게만
생각해서 되나"
-- 노대통령은 김대표를 믿는데 김대표는 노대통령을 안믿는것
아닙니까.
"왜 안 믿어. 모두 여러분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약 20분간 춘추관을 돌아본 노대통령은 다시 차에 오르며 기자들에
향해 "이곳 식당에 한번 초청하지 않을려나"하며 차에 올라 집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