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이 `물증''으로 확인된 국군보안사의 민간인사찰 파문이
크게 일고 있는가운데 국민들의 관심은 대상 정치인의 명단과 동향
파악내용, 특히 지난 여름 한때 말썽이 됐던 김영삼민자당
대표최고위원에 대한 `정치공작 계속설''과 관 련, 민자당내 민주당 출신
의원 부분에 쏠리고 있다.
*** 합당후 한동안 민자당내 민주계 사찰 계속 ***
보안사에서 탈영한 윤석양이병(24)이 공개한 자료에 의해 사찰대상으로
이름이 밝혀진 여야 현역 국회의원은 91명.
이중 평민당이 70명(전체소속의원 71명)을 차지, 당연히(?) 집중표적이
되고 있 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민자당은 민정당출신의 경우 단 1명도 없고
공화계도 1명밖 에 없는 대신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의 민주당 출신 의원
13명만 명단에 올라있다.
*** 70년대부터 정치변동마다 대상자 추가 ***
이들 13명의 의원에 대한 색인카드에는 직책이 민주당 당시의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가 윤이병으로부터
넘겨받아 보관중인 컴퓨터 디스켓엔 모두 민자당의원으로 수록돼있어 3당
합당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동향파악 이 계속됐음이 드러났다.
컴퓨터 입력작업이 올해 4월에서 6월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있고 김대표의 경우 대표최고위원으로 취임한 4월9일까지
주요동향이 기록됐으며 입력날짜는 6월9일인 점등도 이같은 사실을 명백히
뒷받침하는 것.
다만 4월9일 이후의 기록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표 취임이후
자발적으로든 아니면 김대표측의 격심한 반발때문이든 동향파악활동을
실제로 중단했는지 <>사찰은 계속하면서도 개인신상카드철등 다른 곳에
기록해두고 컴퓨터입력은 하지 않았는 지는 분명치 않다.
디스켓 기록은 개인신상카드철의 내용을 간추려 입력한 것이다.
어쨌든 이들 의원들의 개인동향 내용에는 당내 발언등 의원활동뿐
아니라 청탁 관계등 사생활과 비리사실도 들어있어 이 자료가 `유사시''
이들에 대한 협박.회유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 평민당 재야출신 의원에 `좌익.과격'' 평가 ***
가장 많은 숫자인 평민당 의원들에 대한 내용을 보면 개인특성란에서
"좌익성향 포지자. 70년대 학생운동 출신으로 골수 김대중맨이라는
평"(이모의원) "민중신학 계열의 EYC회원으로 사상 불투명. 국회발언중
군및 안보 위해 발언 수시 자행"(김모 의원)등으로 재야출신 의원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해놓고 있어 이들에 대한 보안 사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또 본인이 아닌 친.인척의 월북.좌익활동 사실이 입력된 의원들도
있다.
"89년 3월4일 영등포구신길동 홍성욱에 의해 `국회의원직을 믿고
약속어음을 할인해 주었다가 손해를 보고 있다''며 검찰에
진정당함"(평민당 조모의원)과 "89년 9월20일 서울시로부터 사업비
1억5천만원 영달, 안기호 동작구청장에게 가칠목 지역 방음벽 설치 공사
자체를 수의계약할 것을 요청"(민자당 민주계 서모의원)등은 비리. 청탁에
관한 기록.
3당 합당 이전 김영삼 당시 민주당총재의 측근중 측근으로 꼽힌
김덕룡의원의 경우는 디스켓 기록에 민자당의원이라고 직책이 적혀있는데도
10여년전인 79년 YH사 건때 이후의 동향파악 내용이 전혀 없는 점이
이색적이다.
사찰대상 정치인들의 고유번호를 분석해보면 김대중 평민당총재(283),
김영삼 대표(221)등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와 80년초 정치규제자들은 주로
2백번대와 3백번 대에 몰려 있으며 지난 4.26 총선에서 당선된 평민당
의원들은 1천번대, 그리고 3당 합당과정에서 문제인물로 지목된 김동주,
이기택의원등은 1천백번대의 번호가 부여 돼있다.
*** 실존 논란 박노해씨도 대상에 올라 ***
이는 보안사가 79년 12.12사태 직후부터 최근까지 정치변동이 있을
때마다 `문제있는'' 관련자를 동향파악대상자로 추가하며 사찰을 강화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외의 광주민주화운동 관계인사들도 박경순5.18청년동지회장(27)은
230번, 박남선5월구속동지회장(36)은 231번등 2백번대이나 전계량5.18광주
사태유족회장(55)과 정동년5.18추위사무국장(47)은 각각 501번과 445번
등으로 비교적 늦은 번호가 붙여져 있다.
한편 월남전을 `제국주의에 대한 식민지해방전쟁''으로 해석함으로써
70년대 후반 한때 대학생들의 필독서처럼된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이영희교수는 6번, 현 전민련 공동의장 오충일목사는 23번등의 번호가
매겨져 있어 야당 정치인들보다 한발 먼저 나선 70년대 재야운동가들의
반정부 투쟁경력을 말해주기도 한다.
종교계에선 반정부적인 성향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은 물론 김수환추기경도 색인카드에 비교적 늦은 번호인 1034번으로
올라있으나 윤이병이 보안사에서 가져나온 디스켓엔 151-600번까지의
기록만 돼있어 김추기경에 대한 동향 파악 내용은 알 수 없다.
171번인 윤공희주교에 대해선 지난 81년부터 올 3월13일 까지 7번에
걸쳐 동향 이 간략하게 입력돼있는데 "광주 호남동 천주교회 신부.신도등
650여명 참석. `현시국을 위한 특별 미사'' 집전"하면서 "집권자들은
실효성이 없고, 5공청산과 광주민주 항쟁 책임자 처벌은 안되고
있다"(89.7.17)는 등의 강론을 한 것으로 보고돼있다.
또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배를 받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실존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씨도 `한자명 박노해, 주소 전남 고흥 동강 노동 412, 직책
노동시인, 58년11월생''으로 색인카드에 신원이 기록된채 동향파악대상에
올라있으나 80년대 중반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까닭에 1245라는
맨뒤쪽에 속하는 번호여서 이번에 공개된 디스켓엔 박씨에 대한 보안사의
조사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