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의 연형묵총리일행이 서울에 들어온다.
72년이래 서울에서 여는 아홉번째의 남북회담이지만 이번 회담에 유난히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통독등 세계정세의 급변이후 처음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 아직까지의회담과는 달리 쌍방의 총리를 수석으로 하는 당국자간의
최고위 정식대좌라는 점, 일분야의제가 아닌 정치/군사를 포함하는 포괄적
회담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니 외부세계의 주목도 그러려니와 국내의 언론매체들이 흥분을 자제치
못하고 따라서 국민의 시선이 이리로 집중되는 현상을 조금도 이상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비난하기는 힘들다.
그러면서도 온통 정신을 차릴수 없을 정도의 온갖 추측과 전망과 분석이
중구난방으로 난무하는 현실에 대하여 적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수없는것은
웬일일까. 독자 시청자 국민이 느끼는대로, 희망하는 방향으로 모체가
따르는 것은 이른바 상업언론국가에서 자연스런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6공들어서서 언론자유의 눈에 띄는 변화가 진적되어 왔고
그런 분위기에서 설령 당국의 ''보도 희망사항''이 전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잘 지켜지기를 바랄순 없는 상황이다. 또한 당국자의 판단만이 절대선이
아닐바에는 통일문제와 같은 민족의 문제를 제한된 몇몇 당로자의 손에
불가변의 전관사항처럼 맡겨둔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몽땅 고려한다고해도 정도가 있고 분수가 있어야
한다. 경쟁적인 언론의앞지르기 보도나 무절제한 분석 논평이 도를 넘어설
경우 그것이 미치는 영향과뒤에 닥쳐올 결과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다.
그것은 과거 20년 가까이 우리 모두가 겪은 경험법칙이다.
사전에 있을 수 있는 온갖 가능성으로 보라빛 도배질을 해놓고나서
그바로 뒤에 찾아오는 환멸은 더욱 차가워지고 국민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수없이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북한이 처해있는 곤경을 꿰뚫어 알고있는 남측이, 모처럼 힘들게
마련된 대화의 장을 벌여놓고, 만에 하나라도 북에서 온 손님에게 자극적인
언사를 하거나 흥미위주의 상황묘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회담의
진전을 위해서도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되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측보다 설령 경제발전이 앞서있다고해서 오만해선 안된다.
언제나 처럼 마치 저들의 생김새부터가 다른 이민족인양 호기심위주로
오도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수천년을 같이 살아온 한겨레로서 다만 역사에 희생이 된
나머지 상당기간 다른 틀속에서 지내온, 피차 딱한 처지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3박4일 총리회담이 진행되는 사이에 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남측대표와 당로자는 물론, 온국민 하나하나가 간접 참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중하고, 무엇보다 담담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되도록 물적교류, 이산가족 소재확인과 서신교환등 실제적인, 어찌보면
작으나 가시적인 과제로부터 차분히 짚어 나가야 한다.
상대방이 있는데 앞질러 뭣이 되고 뭣은 안된다고 찧고 까부르는
경망스런 처신을 이번부터는 삼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