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6월5일은 한반도 냉전구조가 평화구조로 전환을 시작한 날이다.
한국과 소련의 정상이 "사실상의 정식수교"를 선언한만큼 기왕의 양국
간의 현안인 국교수립문제나 경제협력문제는 이제 시간문제와 실무차원으로
넘겨졌다. 본격적인 한소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노태우-고르바초프회담을 한소관계로 국한시키면서 그 형식
이나 내용에 초첨을 두려고 하는 것은 냉전구조적 사고방식이다.
이미 한반도가 평화구조로 전환을 시작한 이상 새로운 평화구조적 사고
방식을 갖는것이 중요하다.
평화구조적이라는 것은 우선 냉전 구조의 기조를 이루던 적대를 해소하는
것을 말하며 둘째로는 우리의 사고틀속에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화구조시대에 냉전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시대착오적이 될것이며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 버릴 것은 자명하다.
냉전의식 대신 평화구조의식을 갖는 쪽이 흐름을 주도해 갈것은
물론이다.
일본도 5일 국회에서 외무장관의 다변형식으로 북한과의 외교관계수립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간의 경위로 봐서 오는 9월쯤이면 북한/일관계 정상회담이 65년 한일
회담을 전례로하여 시작될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있는 중국도 이번 한소관계 설정에 자극을 받아
구체적으로 한중관계에 모양새를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이 노대통령이 말하는 아시아/태평양협력기구가 되든, 고르바초프가
요구하는 캐나다까지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공동체 구상이든, 또 일본에서
제안하고 있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되든간에 앞으로
정당화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은 회의만으로도 바쁠 것으로 내다보인다.
중략........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지금처럼 돋보인 적은 드물다. 일본이 북상
하거나 소련이 남하하려는 루트쯤으로 규정된 적은 많았어도, 소련과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내걸고 불러들이는 자세에다 미국과 일본이 거기
진출하려 하고 있어서 크게 봐서 국가행위의 기초인 경제관계가
상호보완적이다.
물론 경제이기 때문에 경쟁이지만 이 경쟁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반도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벌써부터 그 징조가 정치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평화구조로 바꿔야 하겠다는 국제적 목표가
처음 제시된 것은 70년대 초 닉슨-모택동 회담때였다.
또 그것이 국내에 투영되어서 72년 7.4공동성명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85년이후 미소의 이른바 신데탕트 분위기가 일면서 오늘 우리가
논의하는 이른바 남북교우승인에 의한 한반도평화구조의 정착이라는
틀이 짜여진 것이다.
새시대를 향한 우리의 출발이 아주좋다. 연내수교가 확정적인 만큼
그것이 기초가 되어서 남북한정상회담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시베리아
진출도 활력을 이제 얻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마음껏 펼쳐야 할것이다.
다만 이번 회담이 기대되던 여러 현안에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않은 아쉬움은 그것이 피상적인 정상의 만남으로 역순을 밟은
때문이라고 이해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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