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인 중앙개발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 2백12만여평의
땅을 임직원 명의로 매입한 것은 점조직을 이용, 철저한 보안유지를 하는
등의 치밀함과 대기업의 방대한 조직력, 자금력, 기동성등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 현지주민들 매입자 누군지 전혀몰라 ***
중앙개발은 임직원들의 명의로 임야와 전답, 대지를 마구잡이식으로
1년반에 걸쳐 사들였지만 현지 주민들 조차도 매입자가 누구인지를 전혀
모를 정도로 점조직을 활용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또 매입한 땅을 (주)보광으로 일시에 등기이전하고 부동산취득 신고를
마치기까지 함께 작업을 한 관계 공무원들도 매입자의 실체와 사업목적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기민성을 보였다.
"SS II 작전"으로 알려진 중앙개발의 토지매입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위치 =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승용차로 2시간 거리로 최근
포장공사를 거의 끝낸 6번국도까지 끼고 있는 봉평면 면온리와 무이리
일대는 아무라도 한눈에 스키장등 종합레저단지로서의 입지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음을 알수 있는 천혜의 적지다.
해발 1천2백61.4m의 태기산을 정점으로 인근 봉우리들이 모두 해발 8백-
9백m에 이르며 동북항의 4면은 그야말로 스키장부지로는 찾기 힘든
요지이며 중앙개발이 스키장 건너편에 계획하고 있는 골프장(30만평)과
연수센터, 보양원 및 청소년 캠프장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다.
<> (주)보광 = 지난 83년 고 삼성그룹 이병철회장의 사돈인 고 홍진기
씨에게 증여하거나 양도한 삼성코닝 주식 20%를 관련하는 대주회사로 출발,
그동안 뚜렷한 사업실적이 별로 없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법인체다.
<> 구매방법 = 중앙개발은 지난해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와 무이리일대 땅
매입에 나서면서 일반 투기꾼들과는 달리 인근 복덕방을 이용하지 않고
기획실 안모차장(37)을 무이리로 전입시킨뒤 철저한 보안속에 안씨를 중심
으로 지주들과 부동산 매입작업을 벌였다.
<> 등기이전 = 지난 4월3일 (주)보광앞으로 한꺼번에 등기이전을 신청,
5며인 등기소 직원들이 밤 늦도록 작업을 하는 곤욕을 치렀다.
등기소의 한 관계자는 "등기를 마칠때까지 하룻동안 중앙개발 관계자는
거의 말을 건네지 않았으며 일체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인상착의만을
알 정도"라며 보안유지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 취득신고 = 지난 5월3일 1백여페이지에 달하는 부동산취득 신고 및
자진납부 세액 계산서 (봉평면사무소 담당직원들의 1주일 작업량)를
한꺼번에 면사무소에 접수시킴으로써 대기업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봉평면 신경선부면장과 재무계장은 지난 22일 "면사무소에서는 부동산
취득 신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과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개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되풀이 하다가 하루뒤인 23일에야 "(주)보광이 부동산
취득신고를 했다"며 하루전의 거짓말을 번복함으로써 공무원이 특정기업을
비호한 듯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 부근 땅값 = 중앙개발이 땅 매입에 나서기 직적인 지난 88년말 까지만
해도 평당 1천원 안팎이면 비싼 시세이던 이 일대는 싼 임야가 4-7천원,
지역에 따라서는 최고 15-16만원을 홋가할 정도로 엄청나게 뛰고 그나마
매물이 없는 등 투기열병을 알고 있다.
면온리 박모씨는 "무이리는 상당수의 가구가 땅판 돈 2-3억원을 챙겨
서울로 이사해 마을이 비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기업의 땅매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 중앙개발측 설명 = 지난 88년 9월 (주)보광과 개발에 따른 용역계약을
맺은 뒤 임직원 명의로 땅을 매입해 오다 더이상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주)보광측에 이를 통보하고 사업규모도 당초 2천7백억원규모 (매입
예상 부동산 3백70-80만평)에서 9백억원 (2백12만평)으로 축소했다.
이번사업은 단순한 용역사업으로 (주)보광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이례적으로 땅 매입까지 대행했을뿐 중앙개발이 사업주체는 아니며 더더욱
"삼성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주)보광의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지난 88년 9월까지 종합레저및
스포츠사업과 관광및 관광운수업이 사업목적에 없었으나 지난 3월28일
사업목적에 종합레저사업등을 추가, 변경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3월 28일은 중앙개발 임직원 명의로 된 땅을 (주)보광으로 등기이전하기
6일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