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최대의 공화국인 러시아 공화국 최고회의는 25일 의장(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했다.
급진 개혁파 지도자 보리스 옐친의 당락이 소련 연방정부와의 향후 관계를
판가름하게 될 이 선거는 23일까지만 해도 당선이 유력해 보이던 온건
중도파의 알렉산데르 블라소프 총리가 25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함으로써 보다
강경노선을 택하고 있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시의 당제1시기 이반
플로즈코프와 옐친간의 강쟁 대결이 될 전망이다.
** 옐친, 중앙정부로부터 간섭배제 주장으로 고르비와 첨예하게 대립 **
지난 88년 고르바초프와의 의견 충돌로 당 중앙위 위원직에서 축출된
이래 급진개혁노선을 표방, 압도적 지지로 민족회의 대의원에 선출되고 당
중앙위에 복귀한 엘친은 최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공화국의 주권을
요구함으로써 고르바초프와 더욱 첨예하게 대립, 그의 당락은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에 대한 일종의 신임투표의 성격도 띠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23일 옐친의 러시아 공화국 주권 요구는 러시아를
소연방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시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옐친은 이날 투표에 앞서 고르바초프도 처음부터 끝가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여러 시간에 걸친 후보 정견발표에서 중앙장부로부터의 간섭배제와
시장경제 도입, 주택건설 및 소비재 공급 확대등을 공약하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리슈코프 연방총리가 전날 발표한 경제개혁 조치는 "당장 오늘부터
공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정부 자신의 매각과
기업의 완전 독립, 그리고 "모든 부담이 인민의 어깨에 지워지지 않는"
가운데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이룩하기 위한 보다 자유로운 소유권 및 외국
차관 관련 법 도입등 조치를 제시했다.
*** 옐친, 개혁조치 발표 의원들로부터 박수받아 ***
폴로즈코프 외에 지지율이 미미한 다른 1명의 후보와 공화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옐친은 이날 1천59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
공화국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보다 전향적인 개혁조치들을 발표, 많은
의원들로부터 오랫동안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 연설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고르바초프 연방 대통령과
협력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자신은 고르바초프 및 연방정부와 "사무적인
관계를 갖고 대화와 협상을 할 자세가 돼있으나 이는 러시아의 주권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 자신과 고르바초프와의 대립관계에 관한 여러
차례의 질문을 받았으나 두사람의 개인적인 관계로 인해 러시아와 연방정부
와의 관계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공산당 지도부는 23일 러시아 공화국의 경제상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많은 의원들로부터 실망을 산 현직 총리 블라소프가 옐친을
누르고 당선에 필요한 백31표를 얻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24일 밤까지
여러 차례의 막후 회의를 열어 그를 후보에서 사퇴시키기로 결정했다.
블라소프는 25일 "러시아 공화국의 상황은 우리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후보를 사퇴한다''고 발표, 의원들을 경악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