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수의 화재보험회사가 계약자가 신청한 장기화재보험을 화재위험률이
높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장기상해보험으로 바꿔 보험증권을 발부한 사실이
24일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 장기화재보험 위험률 높다고 상해보험으로 ***
이같은 편법적인 보험증권변경행위는 일부 보험사들에 의해 관행적으로
저질러져 온 것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보험사로부터 담보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대출액의 일정
액을 보험사에 선불로 주고 다른 보험에 가입(일명 꺽기보험)하는 사람들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대출받기가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
보험에 드는 것은 물론 보험회사가 보험종류를 바꾸더라도 대부분 어쩔수
없이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꺽기보험"(은행에서의 양건예금)의 가입과 보험종류의 일방적 변경은
약관등 관련법규 어디에도 명문화돼 있지 않은 불법/편법으로 보험계약자가
대출금의 일부로 보험에 들게 해놓고 이자는 원래 신청한 대출액에 대해
물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약자에 대한 일종의 횡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피해자들 대출못얻을까 제대로 말도못해 ***
이같은 편법은 보험회사들이 급히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
고객확보를 통해 보험가입실적을 올리는 동시 사고발생 위험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보험료가 높은 보험에 가입케 함으로써 과다한 보험금지불을 사전방지
하고 보험료수입을 증대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
서울중구 남대문로5가120 국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사장 이경서)는 지난
7일 서울중구 인현동2가172의1에서 영진인쇄소를 경영하고 있는 이영진씨
(52.서울은평구갈현동)가 신청한 장기화재보험을 이씨와 부인, 딸등 3명
명의의 장기상해보험으로 변경한 보험증권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이씨는 지난 2월22일 서독제 인쇄기를 수입키 위해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감정액 1억2,000만원짜리 자신의 집을 국제보험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금
3,000만원중 2,400만원을 받았다.
*** 담보대출 해주면서 보험가입 강요 ***
국제보험측은 이씨에게 담보대출을 해주면서 대출액의 20%인 600만원을
선불로 내고 보험에 가입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고 이씨는 만일의 인쇄
소화재에 대비, 3년만기 9,400만원짜리 장기화재보험청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국제보험측은 그러나 이씨가 지난 88년에도 대출을 받으면서 이미 1억원
짜리 장기화재보험에 들어 있는데다 또다시 화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보상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보험계약인수불가"를
지점과 영업소에 통보했다.
국제보험 본사측은 "계약이후 이씨의 인쇄소에 대해 화재위험성을 현장조사
한 결과 인화물질과 전기과다사용등으로 화재위험이 매우 높아 수지타산상
이유로 인수불가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보험사의 사문서위조 해당"...보험감독원 ***
본사의 이같은 지시를 받은 영업소측은 이씨가 이미 지난 88년8월 장기
상해보험을 가입해 놓아 또다시 상해보험에 들지 않을지 모른다고 판단,
사전통보도 없이 이씨가 날인한 화재보험청약서를 일방적으로 상해보험으로
위조, 지난 3월7일자로 보험증권을 발부했다.
상해보험으로 둔갑한 증권을 받은 이씨는 곧바로 영업소에 이같은 사실을
항의, 말썽이 빚어지자 국제보험측은 사건이 더 확대될 것을 우려 이씨에
사과를 하는 한편 영업소장(50.여)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
했다.
본사측은 그러나 "일단 보험증권이 본인에게 발부된이상 상해보험을 화재
보험으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보험감독원측은 "만일 이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보험회사측의
사문서위조에 해당된다"며 "이씨가 진정서를 제출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
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이번 일로 앞으로 보험대출을 받는데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보험회사의 횡포를 가만히 앉아서 당할수는 없다"며 "인쇄업자들 가운데
나와 비슷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