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수지 악화 방지위한 고육책 ***
한국은행이 한계지급준비금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지준율을 인상한 것은
한마디로 한계지준제의 통화관리 효과가 상당히 충족됐을 뿐아니라 은행수지
악화를 더이상 외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시중에 엄청나게 풀리고 있는 통화를 환수하기 위해
건국이후 지난 52년과 66년에 이어 3번째로 한계지준제를 도입, 4월 상반월
(1-15일) 예금 평잔을 기준으로 이 수준에서 예금이 더 늘어나면 그 증가액에
대해 30%를 한은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도록 했다.
이같은 한계지준율은 당시의 기본지준율 10%보다 무려 3배나 높은 것으로
통화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 제도로 인해 수표 맞교환이나 타행발행수표(타점권)예금 등을 통해
허수예금을 늘리는 은행의 관행이 눈에 띠게 줄었다.
한은은 한계지준율 시행으로 지난해 12월말까지 약 1조5,000억원의 통화를
추가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라는 높은 한계지준율을 계속 부과함에 따라 은행의 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은행들의 불만이 고조됨으로써 이번에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은행들은 추가로 늘어나는 예금의 3할을 무조건 한은에 예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그 만큼 높아져 수지에 타격을 받아왔다.
일부 은행들은 수지악화를 막기 위해 은행계정상의 예금을 치준예지의무가
면제되는 신탁계정으로 빼돌려 통화지표를 왜곡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같은 신탁계정이체는 시중금리를 필요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한계지준제도가 이 제도의 시행기준일로 삼았던
작년 4월 이전에 허수예금이 별로 없었던 더 많은 자금부담을 안겨주고
허수예금이 많은 은행에 대해서는 오히려 지준예치액이 줄어드는 등의
불합리한 면을 지니고 있어 시행초기부터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 새로 설립된 동화/동남/대동은행 등 신설은행에 대한
한계지준 부과문제도 금융계에서 큰 논란이 돼왔다.
즉, 30%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처음부터 자금부담이 너무 높아 신설은행들의
경영이 어려울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형평의
원리에 입각, 이들에게도 한계지준율을 적용해야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은은 신설은행들의 경영난을 감안, 그동안 한계지준제의 적용을 이들
은행에는 면제시켜 주었으나 형평의 원칙상 언제까지나 혜택을 줄 수
없어 고민해 왔다.
이밖에도 한계지준제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명분이 돼왔던 타점권,
수표 맞교환 등의 허수예금이 최근들어 크게 줄어 든 것도 한계지준제를
철폐하게 된 요인의 하나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한은은 한계지준제를 도입하면 은행들이 높은 지준부담을 의식,
가급적 허수예금을 줄이고 그 결과 통화지표의 왜곡이 시정되고 통화관리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계지준제가 폐지됐다 하더라도 시중에 당장 통화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계지준제 폐지로 새로 늘어나게 될 돈을 기본지준율의 인상, 통화채
매각 등의 방법으로 환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지준율의 인상은 한계지준제의 폐지에 따른 통화증발 가능성을
상쇄하기 위한 안전판조치라 할 수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 "통화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계지준제가 폐지되더라도 통화가 급격히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계지준제가 폐지되면 당장에 1조5,000억원 가량의 돈이 추가로 늘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지준율을 1.5%포인트 올리기 때문에 이중 8,200
억원은 그 자리에서 자동 흡수된다는 것이다.
또 나머지 6,800억원도 통화채 매각으로 즉각 환수, 전체 통화규모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조치로 오는 5월이후부터 다소 통화증발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경우에도 통화가 추가로 팽창되지 않도록 기본지준율 추가
인상과 통화채 추가 배정등의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지준예지부담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지준금으로 묶여 있던 돈의 일부가 연리 12.83%의 통화채로 넘어감에
따라 수지면에서는 연간 870억원 가량의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계지준제가 폐지됨에 따라 과거에 극성을 부렸던 타점권 등이
또다시 살아나 통화관리를 교란시킬 부작용이 우려돼 이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기본지준율의 인상이라는 안전판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최근의 통화증가
추세에 비추어 한계지준제의 폐지는 통화관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