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견된 여권중 가장 오래된 목판으로 인쇄된 여권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 1889년 9월28일 발급 **
서지연구가 이양재씨가 보관중인 이 여권은 지금부터 꼭 100년전인 조선
광무 15년(1889년) 9월25일 발급된 것.
이에 비추어 국내 여권은 적어도 100년전부터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권은 원산항에서 소련 해삼위(블라디보스톡)항으로 수금 하러가는
상인에게 발급된 것으로 그당시 원산항과 블라디보스톡항 사이에 활발한
무역거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여권변천사와 우리나라와
소련사이의 무역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 빙표 봉투에 넣어 휴대 가로 30cm, 세로 47cm **
가로 30cm, 세로 47cm규모의 얇은 한지에 한자로 목판인쇄된 "빙표"
(부탁할빙/문서표)라는 이 여권은 접어서 봉투등에 넣어 휴대하도록 되어
있다.
발급기관은 현재의 해운항만청과 세관에해당하는 당시 감리 원산항통상
사무에서 충청도 감영(현 공주지방 추정)에 사는 백영화(37)라는 상인에게
발급해 준 것.
관리인 발급자의 성명란에 "이"라고만 쓰여있는 이 여권의 주요 내용은
감리원산항통상사무에서 백영화가 소련 블라디보스톡항으로 수금하러 가는데
백씨가 통과하는 지역의 각 관청에서는 여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 줄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당시에는 사진기술 부족으로 현재와 같이 사진을 찍어 여권에 붙일
수 없어 피발급자의 신장과 인상착의는 물론 동반자가 있는지와 화물
휴대여부, 발급일자, 보증인등을 적고 있으며 1회용으로 되어 있어 당시에도
여권을 단수와 복수여권으로 구분해 발급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 청색 먹을 사용해 목판으로 인쇄하고 피발급자의 성명과 주소,여행목적,
목적지등은 공란으로 해놓고 붓으로 글씨를 써 넣어 당시 이같은 여권이
상당수 발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여권에는 발급 일련번호는 없고 발급 연원일 위에 발급관청의
대형철인이 찍혀 있어 위조를 막도록 하는 특징도 있으며 만 100년이
지났는데도 보존상태가 좋아 거의 모든 글자의 판독이 가능하다.
여권 기재내용에 따르면 백씨의 당시 나이는 37세로 신장은 5척이고 얼굴은
준수하게 생겼으며 동반자와 휴대화물이 없이 혼자 여행을 하고 백씨의
출국은 원산에 살고 있는 최홍연씨라는 사람이 신원보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여권은 발급된지 만 100년만에 공개된 가장 오래된 여권이라는 점과
함께 전국민의 해외관광자유화 원년인 올해 공개됐다는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 순 한글족보 140년전에도 있었다 **
서지연구가 이씨는 최근들어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해 서양인이 쓴 첫
단편소설(영문)인 "김서방과 한국"이라는 소설을 미국 현지에서 입수해
발표하고 희귀족보 개인전을 가지면서 순한글족보가 140년전에도 있었다고
공개해 학계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여권은 이씨가 5년전 지방의 한 고서상인으로부터 구입해 보관해오다
100주년을 기념하기위해 이번체 처음으로 공개한것.
이씨는 또 이 여권과 함께 1895년에 발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어로
"PASSPORT", 한자로 "집조"라는 한지대신 양지로 인쇄된 당시 외무대신
직인이 찍힌 여권도 수집, 보관중이다.
이씨는 "이들 여권의 공개로 조선시대에 넘기 어려웠던 국경을 일반인들이
어떻게 넘어 외국을 여행했을까하는 의문이 해결된 셈"이라며 "이같은
여권과 함께 외국인의 국내여행증명서인 비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공개됐던 여권중에서 가장 오래된것은 개화기인 1903년 당시
외무아문(현 외무부)에근무하던 민영환이 최춘근에게 발급해 준 여행증명서
(숭전대 박물관소장)로 이번에 공개된 여권에 비해 크기가 3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한지대신 양지이고 전문에 한자만이 아닌 영어도 섞여 있으며
국내에서 여권양식을 인쇄하지 않은 점등이 서로 다르다.
** 최고의 여권임을 확인...임박물관장/국사편찬위원회 **
숭전대 임병태박물관장은 "현재 숭전대 박물관에 보관중인 개화기때
여권이전에 발급된 여권에 대해서는 기록이나 실물로 본적이 없다"고 말해
이 여권이 공개된 여권중에서 최고의 여권임을 확인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와
외무부, 교통부 관계자들도이 여권이 가장 오래된 여권일 것으로 확인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관광협회는 "해외관광여행 자유화 원년에 이 여권이
공개된 것을 계기로 여권변천사등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수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시대때 국왕의 명을 받아 외국을 방문하는 사신등은 여권을
휴대한것이 아니라 국왕 명의로 발급하는 국서를 가지고 외국을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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