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상반기자금순환동향을 발표했다.
수출부진 노사분규로 기업들이 자금부족에 허덕였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러나 이 자금순환내용을 가만히 풀어보면 상반기중 주식시장의 침체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심각한 애로를 주었음을 간과할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기업들의 유가증권보유규모가 크게 늘었음을 들어 기업들이
생산보다는 재테크에 열을 올렸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좀더 내용을 뜯어보면 이같은 분석은 상당한 빗나간 것임을 알수
있다.
기업부문의 자금조달및 운용내역을 검토하면 기업들은 지난 상반기중
극심한 자금부족에 시달렸지만 증시상황이 좋지않았기 때문에 은행차입등
간접금융에 의존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해석은 이번 발표내용의 몇 대목만 살펴보아도 금세 알수 있다.
상반기중 기업들은 모두 18조8,57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중 은행 보험등을 통한 차입은 36%로 전년동기의 25.0%에서 크게
늘어났다.
금액규모에서는 2배나 늘어났다.
직접금융부문에서는 기업어음비중이 지난해 19.4%에서 올해 28.0%로 크게
늘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채는 4.3%에서 10.9%로 늘어났다.
반면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비중은 지난해 15.8%에서 14.8%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
상반기중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7.07%나 하락하는등 증시침체로 대규모
실권사태가 생기는등 증시여건이 나빴기 때문이다.
자금운용측면을 보면 기업들의 자금타령이 생생하다.
금융기관 신탁예금비중은 전년동기의 11.4%에서 19.0%로, 기업어음은
28.5%에서 39.6%로, 회사채는 1.2%에서 1.9%로 모두 크게 늘어났다.
이항목들은 말은 자금운용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은행대출꺾기용의
신탁예치, 회사채되안기등 비용측면임은 물론이다.
기업어음과 회사채 주식등 기업들의 유가증권보유비중은 41.5%애서 51.9%로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은 이 부문을 일컬어 "기업들의 재테크"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자금조달 부대비용격인 화사채어음을 제외하면 주식은 전년의 9.7%에서
7.8%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금액기준으로 주식운용현황을 보면 전년동기의 8,125억원에서 1,050억원이
늘어난 9,183억원을 나타냈다.
상장기업들만도 지난 상반기중 약7조8,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음을
생각하면 이기간중 기업들은 여유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증자로 늘어난 주식의 일부를 팔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사정을 염두에 둔다면 기업들이 재테크에 열중했다는 비난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볼수있다.
한은의 자금순환표를 검토하면 기업들의 자금타령과 금리인하요구는 오히려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는다.
또 수출부진 노사분규로 자금사정 어려웠던 것은 물론 증시의 침체가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함으로써 자금난을 가중시키는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