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요란한 논란보다 제도/안정 중요 ***
환율논쟁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정부 부처사이에 공방이 불꽃을 퉁기고 있고 경제계와 학계 연구기관등의
전문가들은 또 그들대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최근의 환율논쟁은 수출부진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좀체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수출경기를 진작시킬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서 무역업계가 과거에 흔히 그랬던것처럼 환율인하, 즉 원고의
평가절하를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한데서 비롯되었다.
요구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져 왔으며 수출의 주무부처인 상공부의 장관은
급기야 환율을 연말까지 690원 정도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준까지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쪽 입장은 다르다.
특히 환율정책의 주무부처인 재무부는 상공부쪽의 절하요구 못지 않게
완강한 반론으로 대항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소리까지 듣고 있는 마당에 원화가치의 인위적인 절하는 통상
마찰만 불러 일으켜 오히려 수출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경제기획원과 함께 현수준에서의 안정적 운용을 가장 바람직한
선택으로 제시하고 있다.
환율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이렇듯 환율수준, 다시 말해서 적정
환율에 관한 논의로 우선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또 아무도 절상을 입에 올리지는 않고 있으며 절하의 당위성 여부와
절하폭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 각자의 입장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논거로 환율결정
방식과 관련한 현행 제도의 개선필요성을 부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환율논의의 내용이다.
재무부가 최근 환율제도문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개선구상을 흘리고
있다.
우선 첫단계로 한은은 단지 기준율만을 결정고시하고 대고객매매율은
일정범위안에서 외국환은행들이 자유롭게 정하게 하겠다는 그 하나다.
그러나 재무부의 그런 구상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
지기보다 항간의 절하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되고 있다.
당장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엊그제 전경련부설 주최로 열렸던 "환율정책의 과제와 전망"에 관한
세마나 역시 본질적으로 이같은 최근의 분위기를 집약한 모습이었다.
환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는 제도의 문제보다 환율을 얼마로 할
것이냐는 수준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물론 결말은 나지 않았다.
적정환율이란게 이론적 학술적으로는 도출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절하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 적정환율등식은 지금 수출업계에
대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 중 략 ...........
한편 환율에서 중요한 것은 그 고저보다 안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절하건 절상이건 기상이 심하고 장래가 불확실할때 상품과 자본이동에는
많은 왜곡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투자계획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물가와 금리도 불안해 진다.
선진국들이 최대한 실세를 촉구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안정확보에 노력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3년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 원화의
상대적인 저평가덕분이었다.
경쟁국과 비교해서 우리 수출업계는 높은 환율헤택을 보았다.
그러나 환율을 수출지원수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거기에 모든것을
거는듯한 태도는 실리면에서 큰 득이 없어 보인다.
중심환율제등 먼저 합리적인 제도를 모색하고 그 위에서 소리안나게
환율의 안정을 도모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