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군사정부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은 21일 정부 각료 16명
가운데 내무장관을 포함한 8명을 전원 민간인 출신으로 교체하는 대폭적
인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야당측의 헌법개정협상요구
를 묵살해온 세르지오 페르난데스 내무장관을 카를로스 카세레스(48)로 전
전격 교체한 것.
피노체트대통령은 당초 말썽 많은 페르난데스장관의 경질을 고려치 않
았으나 최종순간에 마음을 바꿔 그의 사임을 수락했다.
그러나 그는 개각을 발표하면서 더이상 정치개혁요구를 말라고 경고, 야
당의 정책노선완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그는 이날 새로 임명된 각료들의 선서식장에서 행한 연설에서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되는 사람에게 자신의 대통령직을 물려 주겠다고 선언
했는데 그가 자신의 후계자문제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피노체트가 지난번 재신임 찬반투표에서 패한 이래 법률 전문가들은 현
행 헌법상 그의 내년도 대통령선거 입후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정
부고위관리들은 그가 합법적인 탈출구를 찾을지도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많
은 논란을 빚어 왔으나 이날 그의 발언은 자신의 대통령 불출마의사를 간
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