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출신 작가도 모여…韓플랫폼 기반으로 현지 작품 발굴·역수출

글로벌 만화 업계에서 중요한 국가를 고르라면 마블과 DC 코믹스 양대 산맥이 굳건한 미국, 만가(만화의 일본식 발음) 종주국 일본을 꼽을 것이다.

여기에 만화를 '제9의 예술'로 분류한다는 프랑스, 최근 웹툰을 유행시키고 있는 한국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껏 주목받지 못했지만, 독특한 현지 작품의 경향과 확장성, 화교 창작자들의 유입으로 눈길을 끄는 국가가 있다.

바로 대만이다.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게 좋아"…IP씨앗으로 주목받는 대만 웹툰
11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 웹툰 시장이 현지 작품의 지적재산(IP) 확장 잠재력과 화교 작가들의 참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만 웹툰 시장의 특징은 현실적이고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가장 유명한 웹툰인 홍위안졘(洪元建) 작가의 '자이난다란치우'(宅男打籃球)는 꿈을 잃고 히키코모리처럼 살던 주인공이 농구 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스포츠물이다.

캠퍼스를 배경으로 교수와 조교의 로맨스를 풀어낸 '워위쟈오쇼우난이치츠'(我與敎授難以啓齒), 스릴러 장르의 '헤이허즈'(黑盒子·블랙박스) 등도 현지 인기작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북미에서는 공작 영애와 기사가 등장하는 로맨스판타지, 게임 속 캐릭터처럼 레벨을 올리고 괴수를 물리치는 게임판타지 장르의 웹툰이 주로 인기를 끄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현실을 배경으로 한 웹툰은 영상화 등 다양한 IP 확장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그래픽(CG)이나 세트를 만들어 괴수, 서양식 궁중 등을 구현해야 하는 판타지 장르와는 달리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자이난다란치우'는 대만 웹툰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에서 드라마화하기로 결정됐다.

'헤이허즈'는 영화로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에서도 연재 중인 대만 작품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要是未曾相遇就好了)도 영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게 좋아"…IP씨앗으로 주목받는 대만 웹툰
한자를 쓰고, 중화권 문화에 익숙한 화교 작가 및 독자들이 모인다는 점도 대만 웹툰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대만 라인웹툰 2회 공모전에서 수상한 로맨스 웹툰 '수이샤나이펀중'은 홍콩 출신의 바오아(寶阿) 작가가 그린 것이다.

스페인과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의 화교 작가들이 대만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인 캔버스를 통해 창작물을 선보이고 있다고 네이버웹툰은 설명했다.

대만 웹툰들은 아시아 지역 플랫폼에도 수출되고 있다.

이미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이 2020년 한국 네이버시리즈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워위쟈오쇼우난이치츠', '얼볜미위'(耳邊蜜語)는 이르면 올해 안에 일본 라인 망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게 좋아"…IP씨앗으로 주목받는 대만 웹툰
대만 웹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14년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서비스인 라인웹툰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채 10년이 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쇠락하던 출판 만화의 자리를 빠르게 웹툰이 채웠고, 그 시장은 한국 플랫폼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심천) 콘텐츠 산업동향' 6월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웹툰 시장의 1위 플랫폼은 라인웹툰(550만 다운로드), 2위는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웹툰(60만 다운로드)이다.

독자뿐만 아니라 현지 웹툰 작가도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도전만화와 같은 아마추어 플랫폼인 캔버스를 현지에서 운영하고, 공모전을 진행해 현재까지 130여명의 현지 작가를 발굴했다.

대만 캔버스에는 현재 1만5천여편의 작품이 공개돼 있다.

한국과는 달리 공모전의 장벽을 한참 낮춰 창작자들을 최대한 발굴했다는 것이 네이버웹툰의 설명이다.

통상 한국 작가들은 일주일에 80∼120컷짜리 그림을 그리지만, 웹툰에 익숙하지 않은 대만 창작자들을 위해 장편 만화는 20컷, 단편은 4∼10컷 정도여도 공모전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중화권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2차 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웹툰 IP 판권 사업이 커지는 추세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