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6일 서울 국립국악원서 공연…"'악'은 단순한 '뮤직'의 번역 아냐"
"전통음악에 '새 옷' 입혀 관객에게 다가가기…성악곡에는 자막 제공"
'종묘제례악' 해설 나선 국립국악원장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사람들이 국악 공연을 낯설어하는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에요.

국립국악원의 모든 공연은 관객들에게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국립국악원이 대표 레퍼토리이자 국가무형문화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을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여 공연한다.

올해 해설은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직접 맡았다.

과거 종묘제례악 공연에도 해설이 곁들여진 적은 있었지만, 무대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메꾸는 수준이었다.

올해는 '해설로 감상하는 종묘제례악'이라는 콘셉트로 공을 들였다.

김 원장은 올해 3월 세종 공연에 이어 이달 14∼16일 서울 국립국악원 무대에 선다.

이후에도 대전, 울산 등에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1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기자와 만난 김 원장은 "사실 종묘제례악이 재밌는 음악은 아니다.

공연예술로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에서 그들을 기리는 '종묘제례'를 지낼 때 쓰인 의식 음악이다.

공연 자체가 주는 장중한 느낌은 있지만, 역사적인 맥락을 모르고 접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그간 자주 무대에 종묘제례악을 올렸는데 옛 궁중문화의 화려함은 엿볼 수 있지만, 그 속뜻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일반 대중들도 종묘제례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해설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묘제례악' 해설 나선 국립국악원장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올해 3월 세종에서 먼저 선보인 공연 해설은 종묘제례악의 '악(樂)'이 영어 '뮤직(music)'을 그대로 번역한 음악과 의미가 다르다는 설명에서 출발했다.

'악'은 기악과 노래, 춤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동양에서 '악'은 노래 가사에 해당하는 시와 같은 문학작품의 내용, 이걸 음악에 얹는 멜로디, 몸의 움직임으로 발현되는 춤, 이 세 가지가 완전히 결합해 갖춰졌을 때를 뜻한다"며 이들 3요소가 "혼연일체 된 종합예술"이라고 설명했다.

해설 중간중간에는 사진, 역사 자료 등을 적극 활용한다.

칼을 한 손에 들고 추는 춤 '무무(武舞)'와 양손에 도구를 들고 추는 춤 '문무(文舞)'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보여주고 각각 조상들의 무공과 문덕을 찬양하는 춤이라고 의미를 설명하는 식이다.

'종묘제례악' 해설 나선 국립국악원장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김 원장은 "실제 종묘제례악을 보지 못한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을 많이 활용하려고 했다"며 "다만 강연과 달리 공연 해설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

500년 역사를 지닌 국가의 최고 의전 음악인 종묘제례악에는 예악사상, 민본사상이 담겨있는데 이런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듣는 종묘제례악은 세종이 작곡해 세조 때 행해진 것이에요.

세종 전 종묘제례악은 중국 고대 음악 양식이었거든요.

이를 우리 음악으로 바꾼 거죠.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고려가요인 서경별곡, 청산별곡 등을 바탕으로 한 부분도 있어요.

민중들이 부르던 음악이 국가 최고의 의전 음악의 바탕이 됐다는 것은 종묘제례악에 민본사상이 깔려있다는 의미죠."
국립국악원은 종묘제례악 외에도 국악 공연을 관객들이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제가 원장으로 온 이후 국립국악원의 모든 국악 성악곡 공연에 자막을 넣고 있다"며 "자막이 공연 감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공연 이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종묘제례악' 해설 나선 국립국악원장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이어 "다만 국악은 즉흥성이 강해 짜인 가사대로만 하면 경직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자막과 다른 즉흥가사)은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객들이 공연에 참여해 국악을 직접 체험할 기회도 늘릴 계획이다.

김 원장은 "판소리 애호가 중에서는 감상하는 수준이 명창의 경지에 달할 정도여서 '귀명창'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다"며 "판소리 공연 객석에 귀명창 몇 분을 앉혀두고 공연 중에 관객들이 '얼씨구', '잘한다'와 같은 추임새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어린이들에게 국악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국악 배달통'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찾아가 국악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올해 참여하는 학교만 201개에 달한다.

"국립국악원에 주어진 사명은 전통음악 '보존'과 그것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이에요.

전통을 올곧게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관객에게 다가가기 어렵죠. 그래서 전통에 새 옷을 입혀줘야 해요.

종묘제례악에 덧붙인 해설이 바로 새 옷이죠. 이 시대의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해나갈 예정입니다.

"
'종묘제례악' 해설 나선 국립국악원장 "낯설다면 낯익게 해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