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오정세·전여빈·정수정…"감독 믿음에 보답해야겠다 생각"
"이름 외쳐준 외국 팬들 보며 한국 영화 힘 실감"
앙상블로 '거미집' 빛낸 조연들…"놓칠 수 없던 기회"
"제 인생의 변화를 기다려왔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정수정),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잠이 안 올 정도로 흥분됐습니다.

"(장영남)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김 감독은 주연 송강호뿐 아니라 조연과 단역까지 모든 출연진을 고루 비춘다.

장영남,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은 2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 송강호와 함께하는 작업은 놓쳐선 안 되는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감독 기열(송강호 분)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장영남은 유신정권의 문공부가 두려워 재촬영을 반대하는 제작자 백 회장을, 전여빈은 그의 반대를 무릅쓰고 촬영을 강행하는 조카 미도를 연기했다.

정수정과 오정세는 기열이 만드는 작품의 주연 배우이자 스타인 호세와 유림 역을 각각 맡았다.

네 사람 모두 김 감독과 함께 제대로 작업한 것은 '거미집'이 처음이다.

오정세는 "김 감독님의 작품인 데다,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를 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무슨 역할이든 '거미집'의 일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앙상블로 '거미집' 빛낸 조연들…"놓칠 수 없던 기회"
장영남은 "저에게는 버킷리스트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참여한 건 행운이었다"면서 "백 회장 역할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고 감독님의 믿음에도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전여빈은 "김 감독님이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차 안에서 '내가 왜 인제야 장영남을 만났을까' 말한 적이 있다"며 그에게 엄지를 세웠다.

이들은 '거미집'을 촬영하면서 그 어떤 현장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끈끈함과 친밀감을 느꼈다고 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영화 세트장에 "'거미집' 촬영장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났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작품이 첫 상업영화인 정수정은 선배들에게 "원래 이렇게 촬영장이 재밌고 가족 같으냐"고 물었다며 "부담감이 큰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선배들께서) 극에 스며들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별것 아닌 대사를 리듬감 있게 주고받으며 웃음을 유발하고, 실제 영화 촬영장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우들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 같다.

전여빈은 "'이걸 이렇게 재밌게 살린다고?' 감탄한 신이 많았다"며 "시사회 때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외국 관객들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호흡이 모두에게 전해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앙상블로 '거미집' 빛낸 조연들…"놓칠 수 없던 기회"
'거미집'은 네 사람에게 데뷔 후 처음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전여빈은 "배우 꿈을 꾼 다음부터 막연하게 동경하던 칸에 오게 되니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며 "한국 영화가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체감하면서 다시 한번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레드카펫에 들어서기 전까지도 인근에 모인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 장영남은 "외국 팬들이 '영남!', '여빈'이라고 외치면서 우리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기뻤다.

사인을 안 해드릴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이렇게 소중한 대우를 받을 만큼 영화를 대해왔나 되돌아보고 반성도 했다"고 털어놨다.

'거미집'은 25일 칸의 가장 큰 극장인 2천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됐다.

상영 후에는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긴 박수를 보냈다.

오정세는 "다른 영화가 기립박수를 받는 것을 지켜볼 때는 배우들에게 저 시간이 뻘쭘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휙' 하고 지나가더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거미집'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는데, 이를 계기로 칸의 '단골'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정수정은 "이 작품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됐다.

이후에 무엇을 하든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앙상블로 '거미집' 빛낸 조연들…"놓칠 수 없던 기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