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마음 다스리기' 강조…K-명상 보급 의욕
문화재관람료 예산 419억원…"국가 지원 마땅, 증대돼야"
'5㎝ 기적' 마애불 세우기 강조…"방치·구경거리 삼는 것은 참담"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정치인들이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일부터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5월 27일)을 앞두고 지난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한 진우스님은 욕심과 분노를 내려놓으면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고 괴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며 명상을 권했다.

그는 현대인이 마음의 평온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세계에 자랑할 K-명상을 보급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직접 궁리 중이라고 했다.

이달부터 사찰 등이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면 그 비용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게 된 데 대해 진우스님은 "너무나 마땅한 일"이라며 올해 책정된 국비가 419억원이지만 절 방문자가 늘어나면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주 남산에서 엎어진 채 발견돼 '5㎝의 기적'이란 말을 낳은 약 80t 규모 마애불을 그대로 두는 것은 종교적으로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4년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제약이 사라진 가운데 부처님오신날을 맞게 된 것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1961년 강원 강릉 출생인 진우스님은 꽤 이른 나이에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1972년 강릉 보현사로 출가했다.

'손자의 수명이 짧다'는 주지스님의 말이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1978년 백운스님을 은사로 수계했으며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개원)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전남 장성 백양사 주지, 조계종 재심호계원 위원, 총무원 총무부장, 기획실장, 호법부장, 사서실장을 지냈다.

2018년 8월 설정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 학력위조·은처자 의혹 등으로 물러나자 한 달 동안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불교신문사 사장, 조계종 교육원장을 거쳐 작년 9월 조계종 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불교의 조계종,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개신교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국내 7대 종단 지도자가 모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을 겸하고 있다.

다음은 진우스님과의 일문일답.

-- 바쁠 텐데 일상의 수행은 어떻게 하는지.
▲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총무원장이기 이전에 수행자이므로 본분사(본디 일)를 다하고 있다.

매일 아침에는 108배로 정진한다.

108배는 몸의 운동도 되고 축원 기도도 된다.

모든 중생 모든 사람의 마음이 평안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108배를 한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 맞이하는 온전한 부처님오신날이다.

지난 3년간 앞을 알 수 없는 막막함과 어려움 속에서 서로의 건강을 위해 방역 지침을 지키며 배려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공동체의 질서를 해치지 않은 희생정신이 모두를 구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란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괴로움과 고통이 어디서 오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근본적인 고(苦·괴로움)를 여읠 수 있는(떨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서 외부에서 오는 장애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나의 마음을 굳건히 해 일체의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종교인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 출가자 감소는 비단 불교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변화해야 할 시기다.

불교문화에 대한 국가적 선양, 명상을 통한 현대인과의 소통 강화, 승가 내부 공동체 안정화 등을 핵심과제로 삼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종교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

진정으로 행복해졌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행복과 불행의 변화는 전적으로 물질의 풍요에 있지 않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종교가 필요 없는 시대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에 불과하다.

모든 중생, 모든 국민이 마음의 평안을 이룰 때까지 우리 불교와 종단은 포교와 전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직장 내 괴롭힘, 세대 간 갈등이 최근 일터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에 관해 조언한다면.
▲ 기도하라. 기도의 방법은 '나'와 '내 것'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다른 사람, 다른 세대에 대한 온갖 번뇌, 망상, 욕심을 일단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명상하라. 나를 위해 못된 짓을 하면 그 몇 배의 대가를 언젠가는 반드시 치른다는 것이 인과의 법칙이다.

이런 진리를 잘 설파하여 사람들이 깊이 인식하게 하면 사회적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문제를 지엽적으로, 임기응변식으로 풀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므로 조금 더디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 출가수행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불교계에서도 세대 간 차이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 세대 차이를 줄이고 함께하는 승가 공동체를 꾸리려면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거나 집착해서는 안 된다.

출가의 사유, 출가를 마음먹었으나 다시 하산하는 사유, 출가 초기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분석해 단계별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 그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해고노동자, 재해 사망자 유족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해 헌화했는데 올해는 연령대별 신도로 헌화자를 바꿨다.

이런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 사회적 약자로 지칭되는 해당 단체와 개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불교는 중생 구제의 종교다.

불교적 교리로 보면 연기적·인과적으로 모든 중생은 윤회고를 겪고 있다.

모든 중생, 하물며 영가까지도 천도하는 종교로서 이제는 불교 본연의 일체중생을 모두 아우르자는 의미에서 이번에 관행을 바꾸게 됐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더 폭넓게 모든 영역과 계층을 포괄하자는 포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절에 갔고 출가를 일찍 한 것으로 아는데.
▲ 네 살 때인가 다섯 살 때인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 강원도 정암사에 갔는데 주지 스님이 나를 보고 할머니에게 '얘는 수명이 짧다.

스무 살 때까지는 절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할머니가 너무 어리니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하면 보내겠다고 했고, 결국 6학년 겨울 방학 때 입사(入寺)했다.

절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 주어진 운명에 반항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 처음에는 반항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무슨 힘이 있었겠나.

스무 살이 되어 이제 절에서 나오라고 했지만, 그때는 내가 안 나갔다.

불교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3대 독자다.

할머니는 너무 자식이 귀했기 때문에 스님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부모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는 일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구상에 관해 여러 목소리가 있다.

인위적으로 세우기보다 '5㎝의 기적'이란 특이성을 유지하고 잘 관람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보자는 의견도 있는데.
▲ 역사적인 사실과 역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자는 견해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종교인, 특히 불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와 문화 이전에 신앙의 대상이요 성보 그 자체가 거꾸로 처박힌 채 그대로 존치된다는 것은 참으로 불경스러울 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종교심에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특이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면서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하고 참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물건이 하나 넘어져도 바로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석굴암 부처님과 동시대에 조성된 아름다운 부처님의 상호(相好·부처의 용모와 형상)를 가지고, 크기도 대단해서 문화재적 가치와 종교적·신앙적인 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과거 천년을 일으켜 세우는 숭고한 뜻과 함께 미래 천년을 바로 세워 부흥하자는 희망의 뜻도 내포한다.

국가적·불교적·종단적·문화적인 역량을 모아 바로 세워 모셔야 할 것이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사찰 문화재 관람료가 국비 지원을 토대로 이달 초부터 면제되고 있다.

올해 8개월분 예산이 419억원이고 앞으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 불교 문화재는 국가 문화재의 60%가 넘는다.

본래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보존해야 하는데 신앙적 차원에서 스님들이 해왔다.

최소한의 경비를 얻기 위해 관람료라는 형식으로 (입장료 등을) 받아왔는데 국가가 관리·운영비를 지원해 주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일이다.

이번에 협의된 금액은 관람객 숫자를 반영해서 하기는 했으나 우리로서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운영·관리비가 그만큼 더 많이 들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는 국가에서 좀 더 감안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가의 경비 지원 같은 것이 증대돼야 하지 않을까.

-- 선(禪)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지.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다.

특히 젊은 세대는 다양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고민이 명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불교가 사회와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방편이다.

우선은 마음을 고요히 해서 고락의 복잡한 인과에서 벗어나야 한다.

명상이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자 좋은 방법이다.

템플스테이와 각 산사 그리고 일반 사찰에서 많은 사람이 명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어할 힘을 기르면 사회적 문제도 줄어들고 성취감과 자신감이 배가될 것이다.

국가 전체가 문화 국민으로서의 힘을 갖게 되고 세계적인 K-명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러 가지 명상법이 있는데 좀 더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내가 직접 (프로그램 구상도) 하고 있다.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를 잘해야 하는 게 아닌지.
▲ 정치인들을 만나면 '너 자신부터 평안한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말한다.

내가 평안해야 올바른 판단과 지혜로운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복잡하면 오판도 많이 하고 성질도 많이 내고 싸움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평안하고 안정되어야 지혜가 나오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정치인 각자가 마음이 평안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욕심과 성냄을 내려놔야 한다.

저절로 지혜가 생기고 마음도 평안해지고 사회적 현상도 좋아진다.

이것이 해결 안 되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년이나 10년 후나 똑같을 것이다.

-- 마음이 평안하지 않은 정치인이 많은지.
▲ 많으니까 매일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한다.

마음이 평안한 상태가 오면 정치를 안 할 수도 있고, 하더라도 좋은 정치를 할 것이다.

다 해결하기 위해서 마음 수행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 현대사회에 명상이 필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