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서 사랑에 빠진 은행원 연기…"찌질하거나 솔직해 보였을 수 있어"
유연석 "하상수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었죠"
배우 유연석이 사랑에 빠진 남자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종영을 기념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로맨스 드라마에 나올법한 멋진 '남자 주인공'의 느낌을 덜어내고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하상수는 명문대를 졸업해 은행원이 된 '반듯한 남자'다.

아부하는 법도, 변명하는 법도 없이 자신의 몫의 일을 넘치게 잘 해낸다.

능력뿐만 아니라 섬세한 센스도 갖췄다.

식당에서 상대의 물잔이 비면 모르는 사이에 채워놓고, 상대가 먹는 반찬을 유심히 살펴 다른 반찬만 골라 먹는 다정한 남자다.

유연석 "하상수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었죠"
'이상형'에 가까워 보이는 하상수는 사랑 앞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우유부단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유연석은 "시청자들이 각자 입장에 대입해서 보니 하상수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봐주는 것 같다"며 "반응이 신기해서 드라마 방송 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링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하상수의 행동이 누군가에겐 찌질하게 보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저는 하상수에 대한 판단을 배제하고 최대한 그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유연석 "하상수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었죠"
하상수는 힘들수록 태연한 척하는 모습이 꼭 자기 같아서 응원하고 싶게 만드는 직장 동료 안수영에게 호감을 느낀다.

진중한 탓에 좋아하는 마음을 품은 안수영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확신이 필요했던 안수영은 망설이는 하상수의 모습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면서 둘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유연석은 하상수가 망설인 이유로 서로 다른 둘의 사회적 위치 때문이기도 했다고 짚었다.

'대졸자 공채'로 은행에 입사한 하상수와 달리 안수영은 '고졸 출신 서비스 직군'이다.

드라마는 대학 졸업장으로 직군이 나뉘고, 처우가 달라지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며 연애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계급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현실적으로 녹여냈다.

유연석은 "하상수는 늘 습관처럼 결말을 먼저 생각해본다고 말하는데, 안수영과 첫 데이트를 앞둔 순간에도 진지한 관계가 되었을 때 벌어질 결말을 생각하며 멈칫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돈을 다루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 사람을 수치로 평가하는 은행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사랑하는 감정 외에 연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더 부각돼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했다.

유연석 "하상수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었죠"
데뷔 21년 차 배우 유연석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을 오가며 다양한 배역을 맡아왔지만, 특히 사랑 때문에 마음 앓이 하는 순애보 연기로 대중에 알려져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 풋풋하고 다정한 야구선수 칠봉이를, '미스터 션샤인'(2018)에선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준 여인을 연모하는 구동매로 열연했다.

'사랑의 이해'에서도 유연석은 마음이 마음처럼 안돼 괴로워하고, 눈물 흘리는 애절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단순히 알콩달콩한 연기보다 사랑의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더 재미있어서 일부러 그런 역할을 선택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 이해' 시청자들이 제 연기에 많이 공감하고, 좋은 평을 해주신 것 같아요.

멜로 장르에서 보여드린 유연석의 모습을 신뢰해 주신 것 같아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