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변비 심했던 루터 덕분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노예 해방을 외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싱턴의 틀니에 담긴 노예제도의 비극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가 좋지 않았는데, 당시엔 인공 틀니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치아를 그대로 뽑아 쓰는 것이었다. 결국 워싱턴은 흑인 노예들의 이를 뽑아 자신의 틀니를 만들었다. 그가 거느린 흑인 노예는 300여 명에 달했다.

사람들은 특별하고 거대한 역사적 사건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사엔 의외로 사소하고도 친숙한 몸과 연결된 일들이 숨어 있다. <몸으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 속 인물들의 신체를 통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살펴본다. 미국 출신의 남매 작가 캐스린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가 함께 썼다.

저자들은 종교개혁과 변비의 연관성도 주장한다. 20세기 일부 학자의 연구에 근거, 마르틴 루터(1483~1546)가 심한 변비를 겪은 덕분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루터가 변기에 앉아 긴 시간을 보내며, 교회의 부조리를 고민하고 개혁안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책엔 이처럼 다소 느슨하지만 재밌는 주장이 많아 세계사를 새롭게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