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된 525년 전통 합창단…팬데믹 이후 첫 내한
"팬데믹으로 투어 중단된 3년…관객 웃는 얼굴 상상하며 견뎠죠"
3년 만에 내한하는 빈 소년합창단…"노래의 즐거움 전할게요"
525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빈 소년합창단이 3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월드 투어를 중단해야 했던 빈 소년합창단은 지난해 말 월드 투어를 재개했다.

이번에 팬데믹 이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한다.

오는 27일 서울 관악아트홀을 시작으로 함안, 부산, 성남, 속초, 구미에서 관객과 만나며 다음 달 4∼5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20여 명의 합창 단원을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마롤로 까닌은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한국 관객에게 음악과 노래를 향한 사랑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빈 소년합창단…"노래의 즐거움 전할게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년 합창단 중 하나인 빈 소년합창단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단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 궁정악단의 역사를 이어온 단체다.

1296년부터 빈의 궁정 예배당에서 노래를 불렀으며 그 가창 전통이 유네스코 지정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모차르트, 브루크너, 하이든, 슈베르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1918년까지 궁정에서만 노래하던 빈 소년합창단은 1924년부터 민간 비영리 단체로 거듭났다.

이후 매년 전 세계를 돌며 연간 300회 이상의 공연을 열고 50만여 명의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에는 1969년 처음 내한해 이후 150회 이상 공연을 열며 꾸준히 관객과 만났다.

2020년 내한 공연에도 함께했던 지휘자 까닌은 "한국은 코로나 이전 마지막 투어 공연을 열었던 국가 중 하나였다"며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빈 소년합창단…"노래의 즐거움 전할게요"
빈 소년합창단은 초·중·고등학교 프로그램이 있는 자체 학교를 운영하며 선발된 합창 단원들에게 음악 교육과 투어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투어 공연뿐 아니라 대면 교육도 중단되며 합창단은 재정적 위기를 겪기도 했다.

까닌은 "코로나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아픔이었고 재정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며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비대면으로 성악 수업을 해야 해서 노래할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다는 합창단원 시몬(15) 군은 "팬데믹 동안 관객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해 매우 슬펐다"며 "코로나를 극복하고 다시 공연장에서 환하게 웃는 관객의 얼굴을 상상하며 그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빈 소년합창단…"노래의 즐거움 전할게요"
이번 내한 공연에는 한국인 단원 이연우(13) 군이 함께한다.

서울에서 다니던 합창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빈 소년합창단에 지원해 합격했다는 이 군은 "전 세계에서 온 단원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음악뿐 아니라 언어, 문화 등 다양한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빈 소년합창단 단원 중 일부는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걷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음악과 관계없는 진로를 택한다.

까닌은 빈 소년합창단의 단원 선발 기준에 대해 "좋은 목소리를 가졌는지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기준으로 단원을 선발한다"며 "합창단은 축구팀과 비슷해 한 명의 특출난 재능보다는 전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열정을 가져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빈 소년합창단…"노래의 즐거움 전할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