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판타지 장편 '눈물을 마시는 새' 출판물 수출 최고액 기록
출간 20주년, 팬픽 앤솔러지 '숲의 애가' 출간…게임 등 IP 확장 활발
이영도 작가 "장르가 매력 원천 아냐, 중요한 건 이야기"
"어떤 세계관이 환상 문학의 장점이 될 수 없고, 특정 장르가 매력의 원천이 될 수도 없어요.

중요한 건 이야기죠."
장편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전 4권·황금가지)로 유명한 국내 대표 판타지 작가 이영도(51)는 "장르는 섞이고 있고, 모든 장르는 이야기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보다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출간 20주년을 맞은 '눈물을 마시는 새'는 한국 판타지 문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달 초 유럽의 한 출판사에 선인세 3억여 원에 팔려 한국 출판물 수출 최고액을 기록했고, 영국과 미국 하퍼콜린스를 비롯해 총 12개 지역 총수출액이 6억여 원을 훌쩍 넘겼다.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로 만난 이 작가는 "독자마다 판타지 소설을 다르게 느낄 것"이라며 "환상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관에서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혹은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돼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이야기가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도 작가 "장르가 매력 원천 아냐, 중요한 건 이야기"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인간, 도깨비, 레콘, 나가 등 네 종족이 남부와 북부로 나뉘어 사는 대륙을 배경으로 한다.

남부 나가 종족이 꾸민 음모를 알게 된 북부의 세 종족은 '셋만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격언에 따라 구출대(케이건, 비형, 티나한)를 결성해 남부로 내려보낸다.

소설은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된 초월적인 세계와 거듭되는 반전에도 잘 짜인 완결성 등으로 '이영도 키즈'를 이끌며 스테디셀러가 됐다.

이 작가는 작품 집필 과정에 대해 "필요할 땐 (개요나 인물) 관계도를 그리기도 하지만 열심히 그리진 않는 편"이라며 "스티븐 킹이 '미저리'에서 비슷한 비유를 했는데 바꿔 설명하면, 비행기를 목적지로 조종해 갈 때 도중 바람이나 기압 등의 영향으로 비행경로를 조금씩 조정하지 않나.

제 작품도 목적지로는 가야 하지만 폭풍이 몰아쳐 경로를 바꿀 수도, 구름을 피해야 할 때도 있다"고 빗댔다.

그의 작품은 텍스트만으로도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그려진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이 작가는 "요즘 현대인들은 많은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하다"며 "그걸 조합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관련된 영상을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도 있다.

제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독자들 상상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97년 PC통신 하이텔에 첫 장편 '드래곤 라자'를 연재하며 데뷔했다.

이듬해 출간된 이 소설이 국내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 총 200만 부가 판매됐고, '퓨처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등의 장편을 잇달아 펴내며 한국 대표 판타지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는 "당시 PC통신을 하다 보니 글을 올릴 곳이 있었다"며 "특별히 어떤 장르의 글을 써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하다가 고른 이야기다.

책도 판타지뿐 아니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고 돌아봤다.

이영도 작가 "장르가 매력 원천 아냐, 중요한 건 이야기"
'눈물을 마시는 새'는 지식재산권(IP) 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의 게임과 영상화 계약을 맺은 대형 게임사 크래프톤은 지난해 가을 사전 단계로 텍스트를 비주얼로 구현한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황금가지)를 펴냈다.

최근에는 '이영도 키즈'들이 쓴 팬픽 앤솔러지 '숲의 애가'(황금가지)도 출간됐다.

웹소설 플랫폼 브릿지가 개최한 팬픽 백일장에서 당선된 6개 단편이 수록됐다.

이중 표제작은 인간 케이건과 그의 죽은 부인 여름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별철은 녹슬지 않아'는 자신의 무기를 물에 빠트린 레콘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왕을 위한 장송곡'은 '눈물을 마시는 새'의 주연들과 후속작 '피를 마시는 새'의 인물들이 등장해 그사이 이야기를 이었다.

크래프톤은 내년 말 전 세계 동시 출판을 목표로 그래픽 노블도 제작 중이다.

이 작업에는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으로 유명한 콘셉트 디자이너 이안 맥케이그가 참여하고 있다.

이 작가는 IP 확장에 대해 "일례로 번역도 일종의 재창작이 이뤄지는 것이고 글은 다른 장르도 될 수 있다"며 "만화 '올드보이'와 영화 '올드보이'를 어느 한 사람의 작품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각자 창작자의 몫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그는 꾸준히 새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특별히 감추려는 건 아니고 이것저것 두드리고 있다"며 "잘 써지는 날은 18시간씩 두드리기도 하고, 안되는 날은 10분도 쳐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기 축구가 취미라면 어떤 한 게임에 집중하기보다 매주 나가는 게임 모두를 즐겁게 누리지 않나"라며 "저도 재미있어서 글을 쓰는데, '글렀어' 하는 글도 있고, 안될 것 같다가도 될 것처럼 여겨지는 글도 있다.

어느 게 더 재미있을지 모르니 이글 저 글 즐겁게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