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난간 위의 고양이 - 박서원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벚꽃처럼 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
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
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
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꽃
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시집 <박서원 시전집>(최측의농간) 中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잠들어 두려움에 눈을 뜨는 날이 있습니다. 몇 번의 시작과 끝이 더 남았을까요. 거듭됨에 후회는 없어요. 나는 내게 주어졌던 선택지 위에서 궁금했던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결국 고양이는 호기심 많은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하나의 숨, 한 번의 넘나듦, 밤을 지나 새벽입니다. 나갈 채비를 해요.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한 옷을 입고.

차원선 시인(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