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의 귀환 '아바타'…3D 영화판 또 한번 뒤엎을까
영화가 시작되면 극장은 이내 에메랄드빛의 거대한 바다로 바뀐다. 객석에 앉아 있지만, 바닷속에 풍덩 빠져 몸을 맡긴 기분이다. 물결의 잔잔한 흐름, 파도의 높낮이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객석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 파도를 가로지르는 나비족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과 함께 자유자재로 헤엄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13년만의 귀환 '아바타'…3D 영화판 또 한번 뒤엎을까
13년 만에 돌아오는 제임스 캐머런 (사진)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신작 ‘아바타: 물의 길’이 베일을 살짝 벗었다. 6일 부산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상영회에서 영화의 18분짜리 푸티지 영상(특정 장면을 담은 영상)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작품은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모조리 무너뜨리며, 또 한 번 3D(3차원 입체)영화의 혁명을 예고했다. 영화를 후반 작업 중인 캐머런 감독은 온라인을 통해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1편 우림에서 2편에선 바다로 배경을 옮겼다”며 “바다 생태계가 어떤 위협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선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담았다”고 말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을 만들었던 캐머런은 2009년 아바타 1편을 선보이며 3D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8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달성해 13년째 세계 역대 흥행 기록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국내 개봉 외화 가운데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편은 지구 에너지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인류와 원주민 나비족의 대립을 그렸다. 2편은 1편 이야기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나비족이 된 인간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는 네이리티(조 샐다나)와 가족을 이루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상영회에 참석한 존 랜도 프로듀서는 “신작은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그린다”며 “설리의 가족이 함께 난관을 헤쳐나가고, 관계를 지켜나가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한동안 종적을 감춘 3D 시장의 부활을 알린다. 2편에서 전면에 부각된 물은 3D로 표현하기 까다로운 대표적인 소재다. 캐머런은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비결로 고도화된 기술을 꼽았다. 그는 “저희가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을 모두 보유했다”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딥러닝 등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1편을 만들 때 14년간 구상하고 4년간 제작했다. 이번에도 신작 개봉까지 13년이 걸렸다.

랜도는 “2013년부터 스크립트 집필을 시작했고 2, 3편을 동시에 작업했다”며 “영화 두 편을 한 번에 찍은 뒤 네 번째 편의 작업까지 하느라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아바타의 후속작은 더욱 빨리 볼 수 있게 됐다. 아바타 3~5편은 2028년까지 격년 단위로 개봉한다. 숲에서 바다로 이어진 이야기는 사막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은 “후속작에서 판도라 행성의 더욱 다양한 환경과 생물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사막과 극지방 등 상상 그 이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을 재차 강조했다. 아바타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는 대체할 수 없는 스크린만의 장점을 부각한다. “저도 TV나 OTT로 영화를 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여정을 떠나도록 하죠. 저는 아바타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부산=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